지난 3일 국방부가 공개한 일본의 해상초계기 레이더 조준 주장에 반박하며 일본 초계기가 저공위협 비행을 했다고 지적한 동영상 (출처: 국방부 유튜브) 2019.1.15
지난 3일 국방부가 공개한 일본의 해상초계기 레이더 조준 주장에 반박하며 일본 초계기가 저공위협 비행을 했다고 지적한 동영상 (출처: 국방부 유튜브) 2019.1.15

“한국 해경정 레이더, 日주장 ‘사격 레이더’ 같은 주파수대”

국방부 “사격통제레이더 가동 안해… 日과 대화 문 열어놔”

日, 美국방·국제사회에 알리며 정치공세… 韓정치권도 꿈틀

국회 국방위원장 “日초계기 ‘위협비행’ 명백한 국제관례 위반”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갈등이 평행선을 긋는 가운데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위 당국 초계기가 맞았다고 주장하는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가 우리 군함이 아닌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던 해경정의 레이더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달 20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P-1)는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어선에 대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근접비행을 하다가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조준사격을 위한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쏘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한·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일본 측이 한국 해경정이 가동한 레이더를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용 레이더로 오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새로 제기되는 것이다. 앞서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이 당시 운용 중이던 탐색레이더(MW08)의 전자파나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북한 선박 구조활동을 하던 우리 해경정 삼봉호의 ‘켈빈’ 레이더의 전자파를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용 추적레이더(STIR)로 오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 해경정은 켈빈 레이더를 탐색·사격통제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광개토대왕함의 탐색레이더는 G밴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어 STIR로 오인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해경정 삼봉호의 켈빈 레이더는 STIR과 같은 I밴드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인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이 우선 레이더 정보를 공개해야 해경정 레이더 가동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추가 협의일정에 대해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양국 방위당국 간 협의에서 일본 측이 제안한 레이더 조사 관련 전파 데이터 교환을 한국 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출처: 뉴시스) 2019.1.17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양국 방위당국 간 협의에서 일본 측이 제안한 레이더 조사 관련 전파 데이터 교환을 한국 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출처: 뉴시스) 2019.1.17

◆日, 레이더 갈등 정치적 이용… 격화

한·일 레이더 갈등은 애초 당국 간 논의를 통해 충분히 오해를 풀 수도 있는 사안을 일본 방위성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격화했다. 이는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군사대국화 등의 정치적인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측의 갈등은 각자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 등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먼저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우리 군은 이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8개 국어로 번역한 반박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우리 군은 당시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레이더를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일 당국은 지난 14일 장성급 회의에서도 우리 측은 쏘임을 받았다는 레이더 주파수 내용을 일부 공개해달라고 하고, 일본은 광개토대왕함의 모든 레이더 주파수 자료를 달라는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억지주장을 펼치면서 평행선을 그었다.

일본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회담을 갖는 자리에서도 한·일 레이더 마찰 문제에 대해 일본 측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 일본 방위성은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의 무관을 불러 우리 군의 발표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항의하는 등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우리 군도 17일 주한 일본 무관을 초치해 이러한 행태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 양측은 그야말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레이더 갈등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8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레이더 갈등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8

일본의 정치 공세로 여겨지는 한·일 레이더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국회에서도 칼을 빼들었다. 18일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일본 해상 초계기의 위협비행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재발방지 약속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한·일 중간수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본질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수행하던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이라며 “일본 정부는 적반하장격 태도로 ‘한국 해군의 화기관제레이더 조사’라는 가상의 사실을 내세워 한일관계를 악화일로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광개토대왕함 승무원이 육안으로 일본 초계기에 새겨진 일장기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인 저공 위협비행은 명백한 국제관례 위반이며 인도적 구조활동 방해”라면서 “일본 정부는 갈등의 확대 재생산을 멈추고 양국 실무 차원에서 진실을 조사하고, 이와 별개로 명백히 밝혀진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재발방지 약속과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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