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강양항 앞바다 일출. ⓒ천지일보 2019.1.18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강양항 앞바다 일출.

사진작가들 찾는 ‘최애명소’
물안개까지 더한 풍경 장관
날씨 관건 “습도↑ 바람 無”
일출 장관 “숨어있는 명소”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붉은 하늘을 뒤로한 채 멸치를 가득 실은 배를 따라 갈매기가 에워싼 풍경, 거기다 물안개까지 더해져 묘한 장관을 이룹니다. 해·배·갈매기 등 강양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오늘도 새벽부터 달려왔습니다.”

6년간 겨울이면 매주 두세 번 강양항을 찾는다는 박철우(52, 울산시 남구)씨는 보통 일출명소와 다른 강양항 만의 매력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양항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날씨가 허락돼야 한다”며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일교차가 커야 하고 습도는 높아야 한다. 또 바람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에 있는 작은 항구 강양항. 강양항 인근에는 진하해수욕장이 있고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간절곶이 있다. 간절곶에 비해서 강양항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일출을 찍는 사진작가들은 강양항을 ‘최애(最愛, 가장 사랑하는)’의 장소로 꼽는다.

강양항에서 나고 자랐다는 강양리 이장은 “강양리 지역이 본래 갈대밭이었는데 지금의 모습으로 개발된 것은 불과 10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왔었다. 10년 전부터 봤던 사람들이 지금도 마치 단골손님처럼 강양항을 찾는다”고 말했다. 울주군 강양항은 사계절 중 겨울이 가장 인기가 높다. 기자는 깜깜한 새벽 바다의 칼바람을 견디고자 중무장을 하고 강양항을 찾았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마다 카메라와 든든한 삼각대를 이고 익숙한 듯 해변과 갓바위, 언덕 위, 명선교 계단을 따라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서로 인사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이들은 울산을 비롯해 경남 창원, 진주, 김해, 부산 해운대 등 지역도 다양했다. 사진을 찍을 장소를 둘러보다 보니 작은 해변이 금세 카메라를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곧이어 해가 떠오르자 한 장면이라도 놓칠세라 여기저기서 셔터 누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댄다. 기자가 찾은 날은 다행히 구름이 없어 선명한 오메가를 볼 수 있었다. 빠른 속도로 떠오른 태양은 하늘을 붉게 수놓았고 뜨거운 기운과 만난 겨울 바다는 물안개를 피워냈다. 멀리 멸치잡이 배 한두대가 보인다. 배에 모여든 갈메기 떼는 작은 어선을 떠날 줄을 모른다. 이 모습을 담으려면 배의 위치에 따라 신속하게 몸을 움직여 셔터를 눌러야 한다. 겨울의 차가운 바닷바람과 씨름해야 하지만, 만족한 사진을 얻는 순간 추위는 까맣게 잊게 된다.

경남 김해에서 강양항을 찾은 류모씨는 “새해 첫날에 왔을 때는 구름이 많았는데 오늘은 오메가가 선명했다”며 기자에게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데 처음 와서 오메가를 봤으니 운이 좋다”며 덕담을 해줬다. 또 “먼저 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한데 오늘은 서울경기지역에서 오는 관광버스도 없어 나름 사진 찍기 좋은 편”이라고 했다.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강양항. 일출과 멸치배를 찍기위해 전국각지에서 모인 사진작가들. ⓒ천지일보 2019.1.18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강양항. 일출과 멸치배를 찍기위해 전국각지에서 모인 사진작가들.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해가 완전히 하늘에 뜨고 아침이 밝았다. 보통 일출 명소에서는 철수 준비를 시작하지만, 강양항은 일출과 멸치 잡는 배만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강양항 만의 또 다른 사진코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바다 위 멸치 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갈매기 떼를 따라 멸치를 얼마나 잡았는지 관찰하면서 이동 코스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날에는 한두대의 멸치 배가 출항한 데다 회항도 늦어져 멸치 삶는 장면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강양항의 또 다른 사진코스는 만선 멸치 배들이 줄줄이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과 그 위로 한껏 신이 난 갈메기 떼, 멸치작업장에서 분류해 갓 잡은 싱싱한 멸치를 바로 데쳐내는 작업 현장 등이다. 데쳐진 멸치를 소쿠리마다 담아내면 사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는 한겨울의 진풍경은 이곳 강양항에서만 촬영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일출을 품고 있는 강양항 이면에는 이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도 엿볼 수 있다. 김윤철 어촌계장(53)은 “매일 어업을 할 때도 있고 며칠에 한 번씩 어업을 나갈 때도 있다”며 “멸치를 삶는 작업도 멸치 물량에 따라 하므로 대중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양항에는 주로 윗지방에서 사진을 찍으러 오는데 ‘강양항 사진으로 상도 많이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며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강양항과 이어진 진하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명선도’도 비경을 빼놓을 수 없다. 명선도를 배경으로 오메가를 담은 사진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명선도의 핵심 풍경인 소나무가 죽어 ‘명선도 일출’이 사실은 무의미해졌다. 사진작가들은 “소나무 보전만 잘했더라면 멋진 일출을 계속 담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강양항의 일출과 풍경을 보고 주변을 더 둘러보고 싶다면 ‘간절곶소망길’ 트레킹을 추천한다. 간절곶소망길은 강양항과 진하해수욕장을 잇는 명선교를 시작으로 남쪽 해안을 따라 나사 해변, 신암항까지 약 10㎞로 해파랑길 4구간이 이어진 코스다. 날씨가 쌀쌀한 겨울이지만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강양항의 풍경과 강양항 주변의 간절곶 해변을 따라 즐비한 신선한 활어와 해산물 등 ‘겨울의 참맛’을 찾아 울산 울주군 강양항을 찾아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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