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으로 가기 위해 17일 낮(현지시간) 베이징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이 수행하는 모습도 그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친서도 전달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추측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내 분위기는 양측의 협의가 사실상 마무리 됐으며 최종 조율을 위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방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도 베트남 다낭이 유력하다는 얘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최종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리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 측에서 상당부분 북한 측을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며 미국과 전쟁을 치렀던 나라이다. 북한의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시장경제가 비교적 탄탄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사회주의적 개혁·개방경제의 또 하나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바로 그 베트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는 것은 ‘북한이 가야할 길’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담의 ‘내용’이다. 먼저 만나는 데 큰 의미를 뒀던 지난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는 상황과 기대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과 입장을 주고받던 단계는 이미 지났으며 이제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놓고 ‘탑다운 방식’의 정치적 결단을 내놓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성향을 보면 제일 잘 할 수 있는 협상 방식이 될 것이다. 이것저것 의심하고 계산하며 소모적인 샅바싸움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베트남처럼 북한도 전쟁의 위협 없이 개혁·개방경제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 길에 미국의 적극적 지원과 한국의 듬직한 협력이 더없이 큰 힘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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