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지인) 보스턴 주재기자

“Trick or Treat!” (트릭 올 트릿).

이 말은 할로윈이라는 미국의 가을 축제 때 어린이들이 유령복장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재미로 “사탕이나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는 말로 협박하듯 어른들에게 사탕을 얻어 갈 때 쓰는 말이다.

미국의 할로윈 문화는 이민 온 아일랜드인들에 의해 문화로써 받아들여졌으며 오늘날 미국의 큰 축제로 정착했다. 원래 할로윈 때는 사망자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쫓아내고 한 해를 잘 시작하자는 의미의 축제에서 점점 상업화된 잔치나 행사로 변질화 되었는데, 미국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필자도 그 의미도 잘 모른 채 그저 친구들과 함께 사탕봉지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사탕을 받아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릴 때는 그저 이날엔 사탕을 받아오는 날인 줄만 알았고, 미국의 한 문화로 여과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친구들을 따라 나도 유령 복장을 하거나 요란한 장식을 해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던 내게, 어머니께서는 유령 옷 대신에 내가 원하는 옷을 여러 벌 단정한 것으로만 골라 사주시면서 “너는 한국인이니까 모두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려는 것을 염려하셨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차차 이해한 것이지만, 우리가 다른 나라의 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좋고 신기하다고 여겨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것들이 많은데, 그러한 것들은 피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문화에 대한 역사적 이해 없이 그저 좋으니까 받아들이는 것은 때로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판단이 미숙하고 지식이 짧으므로 어른들의 바른 가르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한 예로 몇 년 전 미국의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할로윈 사건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 일본인 학생이 여느 다른 미국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사탕을 얻으려고 집집마다 다니다가 일어난 사건인데, 이 학생의 복장은 공교롭게도 강도복장이었다. 아마도 그 일본인 학생은 강도복장을 하고 나타나 사람들을 무섭게 놀래키며 사탕을 달라고 하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런 것이 문화에 대한 이해 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학생은 장난감 물총을 들고 “Please(플리즈)”를 말했고, 상대에게 애원을 하거나 부탁 할 때 쓰는 ‘제발’이라는 의미의 이 말을 미국인 집주인이 발음이 비슷한 “꼼짝마!”의 의미를 가진 ‘Freeze(프리즈)’로 잘못 오해해 들으면서 그 일본인 학생은 그 자리에서 미국인의 총에 맞아 바로 즉사 하였고, 이것은 웃지 못할 할로윈의 기사로 미국 전역과 일본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었다.

다문화로 한창 떠들썩한 우리나라도 이렇게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각기 다르다고 본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모두에게 먼저 선행되어야 될 것은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진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공부이며, 그것을 알맞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나라의 문화를 무조건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으로만 성급하게 판단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논리적인 사고로  잘 여과해 받아들여야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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