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오는 20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특별한 날이다. 특별한 날이라고 하면 뭔가 기쁜 마음으로 기념해야 할 날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1월 20일은 다른 의미에서 특별하다. 국가가 생존에 몸부림치는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날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대놓고 폭력을 저지른 날이다. 그런데 왜 특별하다 하는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폭력을 저질러 국민의 목숨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살인범으로 몰아 오랜 시간 감옥살이를 시켜 마지막 자존심마저 잘근잘근 짓밟아버린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하다. 한시도 잊지 말고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을 생각할 때 ‘용산참사’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참사’는 어찌할 수 없이 발생한 사태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생한 많은 참사를 닮은 또 다른 참사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슬프고 안타깝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용산참사’는 국가폭력을 드러내지 못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국가폭력을 은폐하는 표현이다. 국가폭력이 초점에서 벗어나는 탓에 누가 잘못해서 발생했는지 누구 책임인지 어떤 구조 때문에 발생하게 됐는지 진상을 밝힐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든다.

용산 철거민에 대한 국가폭력 사건이 난 지 10년이 됐지만 진상은 무엇 하나 드러난 게 없고 희생자가 범법자가 되고 국가폭력 범죄자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총체적 책임자일 수밖에 없는데 반성 비슷한 말도 사과 비슷한 말도 하지 않는다. 김석기씨는 낙하산으로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꿰차더니 이제는 국회의원까지 하고 있다. 2012년 발의된 바 있는 ‘강제퇴거 금지에 관한 법률안’은 자동폐기를 반복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논의될 조짐조차 안 보인다. 김석기씨는 소관 상임위인 국토위에 소속돼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23일 김석기씨가 과잉진압과 여론조작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용산참사가 난 당일 날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김석기 청장 내정자가 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참사 다음 날 국회에 출석한 김석기씨는 처음엔 보고만 받았다고 말했다가 사인한 서류를 들이밀자 본인도 인정했다. 폭력적 진압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김석기 의원은 여전히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참사 직후 경찰청 수사국은 ‘아이피와 아이디 방식을 불문하고 현재 진행 중인 인터넷 여론조사에 매일 접속해 참여하고, 찬반투표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의견 제시와 댓글로 여론을 주도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불법집회 부각 동영상 퍼 나르기’ ‘1인 1일 10회 댓글달기’ 지침까지 정하고 온·오프라인 여론조작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또 일정 직급 이상의 간부들에게 ‘평소 알고 지내는 언론인과 인사들을 대상으로 경찰 옹호 기사와 칼럼 등이 게재될 수 있도록 부탁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실제 언론사와 만나 여론 조작을 실행한 의혹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6일 MBC는 경찰청 수사국장 등 주요 간부들이 용산참사 직후 조중동 등 유력 신문과 MBC 등의 언론사 간부·기자와 접촉하고 보도 약속을 받은 정황이 담겨 있는 문건을 공개했다. 경찰청 수사국이 작성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를 만난 이후 해당 언론은 논조를 바꾸고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인 기사를 썼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당시 청와대는 용산참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강호순 사건을 잘 활용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언론을 이용해서 여론을 조작하고자 한 것이다. 잘못을 범했으면 반성하고 참회하는 게 도리인데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해 여론 조작행위를 일삼고 철거민들과 함께 연대한 전국철거민연합을 악마화하는 데 골몰했다. 또 다른 진실은폐행위이다. 

국가폭력을 묵인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국가폭력에 침묵하는 것은 공범행위이다. 용산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고 넘어가면 또 다른 용산참사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어 용산참사 국가폭력 행위를 비롯한 반인권 범죄를 엄히 처벌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반인권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절박한 과제다. 

국회는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촛불항쟁의 힘으로 집권당이 된 민주당은 무엇하고 있나. 민주당이 침묵하니까 다른 당도 침묵하고 있다.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것 아니고 무엇인가. 민주당도 정부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