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동물권단체케어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살충제 달걀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D
박소연 동물권단체케어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살충제 달걀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DB

 

“과거에도 안락사 뒤 사체 매장”

동물사랑실천협회 전 직원 폭로

 

다른 동물권단체, 후원중단 속출

박 대표 “금주 내 기자회견 열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구조된 동물들을 불법으로 대량 안락사시킨 사실이 드러난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연일 제기되며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박 대표가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 시절에도 보호 중인 동물을 안락사했고, 시체까지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동물보호 활동가인 박희태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이전에도 박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했다”며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사체 발굴 사진을 공개했다.

박씨는 지난 2011년 포천의 내촌 보호소에서 동물을 안락사한 뒤 보호소에 매장했다는 제보가 있어 포천시청 공무원과 의심지역을 발굴하고자 했지만 직원들의 반발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박씨가 공개한 사진은 보호소 입구 쪽 컨테이너 아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박씨의 주장은 전직 동사실 직원인 A씨의 증언과도 상당 부분 일치했다.

A씨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대표는 2005~2006년 구리·남양주시 위탁보호소를 운영할 당시 안락사된 사체들을 냉동고에 보관하다 더는 공간이 없어지면 부패한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게 하거나, 차로 옮겨 보호소 주변에 몰래 묻었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시설에서 안락사 시킨 동물의 사체는 의료 폐기물로 간주해 폐기물처리업체가 소각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무분별한 안락사를 자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동물권단체 케어의 직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소연 케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무분별한 안락사를 자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동물권단체 케어의 직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소연 케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 대표의 구조 동물 안락사 논란 이후 동물권 운동 전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처음 보도된 11일 이후 케어 홈페이지에는 ‘박소연 대표의 사퇴’와 ‘케어 정상화’를 요구하는 회원들의 탈퇴 및 정기후원 해지 요청 글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케어 측은 “후원금으로 안락사 약을 구매한 내역이 없다”며 회계 내역을 공개했으나 세세한 지출 내용이 없는 자료로 인해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자발적인 사퇴를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페이스북에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금주 내에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퇴 문제를 이사회나 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따르겠다”며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케어를 정상화시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다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나 시민들은 “구조 동물을 대량 살처분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이가 그대로 남아 단체를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또 박 대표가 “후원금이 끊기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도리”라며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한 점도 지적했다. 후원금을 끊기게 한 장본인이 ‘동정을 사기 위한 위선적 행태’라는 반응도 나왔다.

케어로부터 비롯된 불신은 다른 동물권 단체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동물자유연대의 경우 최근 이틀 새 50여 명의 회원이 탈퇴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도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회원들이 나타났다.

카라는 15일 회원에게 메일을 보내 “생명 존중 원칙을 어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이날 홈페이지에 구조된 동물을 보호소에 입소시킨 뒤 입양, 사후 관리하는 과정등을 상세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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