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이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을 비롯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지하 강당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자경전기’를 보고 있는 모습. 자경전기는 1808년 순조가 정조비 효의왕후의 명에 따라 창경궁 자경전에 대해 쓴 책이다. ⓒ천지일보 2019.1.16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이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을 비롯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지하 강당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자경전기’를 보고 있는 모습. 자경전기는 1808년 순조가 정조비 효의왕후의 명에 따라 창경궁 자경전에 대해 쓴 책이다. ⓒ천지일보 2019.1.16

‘자경전기’ ‘규훈’ 등 68점 환수돼

집안 3대 한글 유물 한자리 모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 ‘규훈(閨訓)’ 등 집안의 한글자료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1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덕온공주는 윤씨 집안으로 하가(下嫁, 공주가 시집을 감)한 조선 23대 임금 순조의 셋째 딸이다. 윤의선과 결혼한 덕온공주는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윤용구(1853~1939)를 양자로 들였고 그의 딸 윤백영(1888~1986)이 집안 대대로 전하는 왕실 유물을 관리해 왔다.

전시에는 이들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한글 책과 편지, 서예작품 등 총 68점이 공개됐다. 이번에 환수된 자료들은 조선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번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의 귀환은 국내기관 간 협력을 통한 문화재 환수된 것으로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과 국립한글박물관이 각자의 전문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뤄낸 성과다.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가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9.1.16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가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9.1.16

◆덕온공주가 쓴 ‘자경전기’

먼저 전시의 중심에는 덕온공주가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공주가 배워야 할 왕실의 덕목을 익혔다. ‘자경전기’나 ‘규훈’ 등은 그 덕목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자경전기는 1808년 순조가 정조비 효의왕후의 명에 따라 창경궁 자경전(慈慶殿)에 대해 쓴 책으로 어른을 효로써 봉양하는 뜻이 담겨있다.

자경전은 1777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의 양화당(養和堂) 옆 작은 언덕에 지은 전각이다. 이후 효의왕후가 거처하였던 곳이기도 하나, 현재는 터만 남았다. ‘규훈’은 여성이 지켜야할 덕목이나 예절을 한글로 번역해 쓴 것이다.

두 책은 모두 본래 한문으로 쓰여 있던 것을 덕온공주가 한글로 번역해 작성한 자료로, 모두 공개된 바 없는 유일한 덕온공주의 친필 유물이기도 하다.

박준호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유물의 성격이 일상적인 생활보다는 공주의 덕목을 함양하는 자료”라며 “효나 부인의 덕목, 역사적으로 유명한 여인의 기록 등 유명한 글 등을 한글로 써서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가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9.1.16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가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9.1.16

◆왕실서 작성한 한글 편지도 공개

또한 이번에 환수된 자료에는 왕실에서 작성한 한글 편지와 왕실 여성들을 위한 한글 역사서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글 편지들은 덕온공주의 어머니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1823~1887)에게 딸의 근황을 묻는 편지를 비롯해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필해서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것들이다.

이 중에는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알려진 궁중여성 서기 이씨(書記 李氏)가 대필한 편지도 있어 사료적 중요성이 크다.

한글 역사서에는 ‘정사기람(正史紀覽)’과 ‘여사초략(女史抄略)’ 등이 있는데, ‘정사기람’은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가 고종의 명을 받아 왕실 여성들을 위해 쓴 역사책이다. 여사초략은 윤용구가 당시 12살이던 딸 윤백영을 위해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발췌해서 작성한 책이다.

기념촬영하는 김홍동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왼쪽)과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 ⓒ천지일보 2019.1.16
기념촬영하는 김홍동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왼쪽)과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 관장 ⓒ천지일보 2019.1.16

윤용구는 왕실 부마 집안으로, 순원왕후(순조 비)부터 명성황후(고종 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왕실과 한글 편지를 주고받아 현재 전하는 편지만도 130여점에 이른다.

박 학예연구사는 공개된 유물의 가치에 대해 “조선 왕실의 한글문화를 살필 수 있는 자료로, 조선왕실 여성들의 의사소통과 생활에서 한글의 역할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며 “조선 왕실의 한글 서체(서예)가 어떻게 현대로 이어졌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물관은 올해 4월 기획특별전을 통해 유물 200여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