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웨이브 김영순 댄스컴퍼니 ‘숯(SSOOT)’은 김영순 예술 감독이 30여년의 뉴욕 생활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다.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숯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공연에서는 천정에 설치된 천과 벨트에 매달려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사진은 ‘숯’ 공연 모습. (제공: 김영순댄스컴퍼니)
화이트웨이브 김영순 댄스컴퍼니 ‘숯(SSOOT)’은 김영순 예술 감독이 30여년의 뉴욕 생활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다.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숯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공연에서는 천정에 설치된 천과 벨트에 매달려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사진은 ‘숯’ 공연 모습. (제공: 김영순댄스컴퍼니)

‘현대 무용의 거장’ 춤꾼 김영순
예술 감각 타고난 현대무용 대모
‘집안 내력’인 무아지경 춤 실력
이제는 교육가로 ‘꿈의 날개’ 활짝
“가진 재능 하염없이 부어주겠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순 예술 감독이 자신의 삶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6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순 예술 감독이 자신의 삶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예술가는 예술 활동 및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자신의 존재감이 삶이나 작품을 통해 나타난다. 여기 자신의 춤사위를 통해 내면에 담고 있는 철학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이가 있다. 현대무용의 ‘살아있는 신화’ 김영순 예술감독이다.

뉴욕을 휘어잡아 일명 ‘뉴욕 현대무용계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그를 만나 무용가이자 공연기획자 그리고 교육자로서 살아온 그의 삶과 작품 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뼛속까지 예술인인 김 감독과의 만남은 비록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일련의 움직임을 디자인하는 현대무용가인 김 감독은 국내에서보다 국제무대에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6살 때 처음 무용을 접한 후 줄곧 춤에 매진해왔다.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나 자신을 내려놓고 오로지 춤과 무대, 조명, 음악에 집중하게 돼요. 그 모든 것들이 제 몸과 하나가 될 때 ‘몸짓’만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죠.”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자신 또한 춤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를 ‘오직 춤만을 위해 산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춤을 위한 삶, 춤과 함께한 삶이었지만, 그 삶을 살아내기까지 숱한 어려움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바로 그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들도 ‘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김 감독이 처음부터 현대무용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한국무용과 발레 등을 해왔던 그가 전공을 바꾼 것은 이화여자대학교 3학년 때 현대무용 교수의 순회공연을 보고 나서다.

“토슈즈를 신고 추는 모습을 볼 때는 매우 아름답지만 신는 사람은 그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몇 번씩 발톱이 빠지고 살갗이 허물어지고 뭉개져서 얇은 쇠고기를 상처 부위에 붙여 거즈로 묶는 일들이 수없이 반복되죠.”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토슈즈를 벗고 춤을 추던 그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그는 날개를 달고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무용은 무용의 본질관에 있어 발레와 대립된다. 현대무용은 전통적인 발레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된 새로운 무대무용이다. 규정된 형식이나 기교를 떠나 자유와 새로움을 추구하여 출발했으며,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력을 강조한다.

화이트웨이브 김영순 댄스컴퍼니 ‘숯(SSOOT)’은 김영순 예술 감독이 30여년의 뉴욕 생활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다.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숯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공연에서는 천정에 설치된 천과 벨트에 매달려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사진은 ‘숯’ 공연 모습. (제공: 김영순댄스컴퍼니)
화이트웨이브 김영순 댄스컴퍼니 ‘숯(SSOOT)’은 김영순 예술 감독이 30여년의 뉴욕 생활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다.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숯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공연에서는 천정에 설치된 천과 벨트에 매달려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사진은 ‘숯’ 공연 모습. (제공: 김영순댄스컴퍼니)

김 감독은 1977년, 세계적인 무용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전 불자인 외할머니는 “네 엄마의 꿈이기도 했던 무용가의 꿈을 반드시 이루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그에게 부적을 건넸다고 한다.

뉴욕으로 떠난 그는 마사 그레이엄 댄스스쿨에 장학생으로 선발돼 세계 각국 무용수들과 함께 수학하며 본격적으로 무용 인생의 막을 올렸다. 그러나 꿈 하나만 붙잡고 시작한 유학 생활 동안 견뎌내야 했던 경제적 어려움은 말 그대로 고난이었다.

공무원이신 아버지, 그리고 9남매라는 어려운 형편에 유학비를 달라고 손을 벌릴 수 없었던 그는 턱없이 부족한 돈으로 학비와 숙식비를 감당하느라 베이글 하나로 하루를 버텨내야 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뉴욕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면 아무리 작은 단역일지라도 무조건 출연했다.

온갖 상을 휩쓸었던 그였지만 뉴욕행을 결심하기까지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현대무용의 어머니로 불리는 곳 뉴욕에서 과연 명성 높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진정한 프로댄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히기도 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하루 10~12시간, 길면 14시간까지 혹독하게 춤을 췄어요. 춤을 너무 많이 추다보니 밤마다 근육 경련이 와서 통증을 느끼는 일이 다반사였죠. 찬물로 다리를 씻고 다시 잠을 청하면서까지 맹연습을 멈추지 않았어요.”

역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춤에 대한 타고난 재능도 있었지만 땀과 눈물, 피나는 연습이 없었다면 오늘의 그 또한 없었을 것이다.

춤에 대한 끼와 열정은 그의 집안 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용을 하고 싶었지만, 부친의 반대로 무용가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그의 어머니는 김 감독이 꿈을 이룰 수 있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이 고희를 맞은 모친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 왔을 당시 그의 어머니는 가족들을 끌고 나이트클럽에 갔다.

나이트클럽에 도착한 모친은 무작정 무대에 올라가 신들린 것처럼 단 한 번도 앉지도 않고 무아지경으로 춤을 췄다고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어머니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이는 부친의 장례식장에서도 계속됐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과의 이별에 대한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살풀이춤으로 표현했다.

화이트웨이브 김영순 댄스컴퍼니 ‘숯(SSOOT)’은 김영순 예술 감독이 30여년의 뉴욕 생활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다.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숯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공연에서는 천정에 설치된 천과 벨트에 매달려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사진은 ‘숯’ 공연 모습. (제공: 김영순댄스컴퍼니)
화이트웨이브 김영순 댄스컴퍼니 ‘숯(SSOOT)’은 김영순 예술 감독이 30여년의 뉴욕 생활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다. 자신을 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숯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공연에서는 천정에 설치된 천과 벨트에 매달려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사진은 ‘숯’ 공연 모습. (제공: 김영순댄스컴퍼니)

김 감독의 동작 하나하나 근육 하나하나의 섬세한 움직임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에 그의 머릿속은 쉴 틈이 없었다. 새로운 것을 보면 현대무용과 어떻게 접목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머릿속에 그려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많은 고통과 인내가 뒤따랐지만 그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일들은 춤이 돼 세계적인 예술로 재탄생됐다. 그의 춤은 수많은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김 감독은 좋은 댄서가 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춤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이 예술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안 될 사람은 10년이 넘어도 안 된다”며 “내가 무용가로서 어떤 자질이 있는지, 무엇을 계발하면 되는지를 스스로 찾기 어렵다면 그것을 찾아내고 끄집어내 줄 존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 역할을 교육자들이 해야 한다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교육자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유학을 가서 무용가와 안무가로서 자기 무용단을 창단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선보인 프로댄서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는 뉴욕이라는 예술의 모든 중심지에서 본인이 창단한 ‘화이트 웨이브(WHITE WAVE) 김영순 무용단’이 30년 넘게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평했다.

그가 앞서 밝힌 소신처럼 그는 어떤 수업을 하든 간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며 양성하고 있다. 그의 무용단원들은 “안무가 김영순에게 춤을 배우면 3개월에서 6개월 내에 춤이 변화된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이제 자신의 역량을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하염없이 부어주고 싶다고 했다. 춤에 대한 그의 열정은 2019년에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김영순 예술감독 약력

- 現 뉴욕 화이트 웨이브 무용단 예술감독·단장
- 덤보 댄스 축제, 쿨뉴욕댄스 축제, 웨이브 라이징시리즈, 솔로듀오 축제 주최
- 뉴욕 한인회 선정 ‘올해의 예술인’ 상
- 뉴욕 주 상원이 선정한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한인 예술가’|
- 브루클린시 청장 마티 마코위츠로부터 ‘예술가공로상’ 수상 (2004-2010)
- 브루클린 음악 학교의 전문가양성 프로그램서 뉴욕의 5개 예술단체로 화이트 웨이브 무용단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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