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국회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정기적으로 회동해 국회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책임지고 있는 의회지도자, 중견 정치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설령 정당 간 의견 차이로 특정사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어도 여야 원내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정 현안을 논의한다는 그 자체가 진전된 국회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임시국회를 열어 국민을 위해 국회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4일 국회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연쇄 회동을 갖고 1월 임시국회 개회를 위해 타진했으나 불발된 것은 각 당에게 책임이 있다. 이날 의제는 1월 임시국회 소집과 관련해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관련 특별검사 도입 및 상임위원회 개최,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 등이 나왔지만 이에 못지않게 경제관련 법안 마련 등 발등에 떨이 불이 한두 개가 아니건만 여야 원내지도부에서는 논의조차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야가) 대화를 하려면 좀 만나야 하는데 (민주당이) 국회를 열어주지 않는다”고 임시국회 불발의 책임을 여당에게 떠넘기면서 불이 엉뚱한 데로 튀고 말았다. 나 원내대표는 “역대 (청와대) 비서실장은 원내대표들한테 인사 왔는데 (최근 바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연락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다. 지난 1월 8일 신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 3일 만인 11일 오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차례로 찾았지만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했던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정과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하지만 노 실장이 취임한 지 1주일이 지났고, 취임 후 바로 바른미래당, 민주당, 민평당과 정의당 대표를 예방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인지 임시국회 논의 등 바쁜 와중에서도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제1야당을 무시한다는 것이니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보인다. 1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노 실장을 비롯한 새로 개편된 청와대 2기 비서진들에게 야당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소통 강화에 힘써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여당이 국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거나 또 노 실장이 다른 당 대표들은 다 만나고도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만나지 않는 데 불만을 터트리는 것은 작은 일이긴 하나, 괜한 주도권잡기 샅바싸움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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