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일인 지난 2017년 11월 7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회개와 구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이날 전광훈 목사와 김한석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 ⓒ천지일보DB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일인 지난 2017년 11월 7일 광화문 사거리에서 ‘회개와 구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이날 전광훈 목사와 김한식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 ⓒ천지일보DB

예장개혁 김운복 돌연 사퇴

극우 ‘전광훈‧김한식’ 2파전

누가 당선돼도 논란 수순일듯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대표라고 자처하다 대표성을 상실한 채 소멸수순을 밟고 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난국을 뚫고 나아갈 인재가 부재한 가운데 오히려 더욱 혼탁해지는 모양새다.

한기총은 이달 29일 제25대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 등록을 받았다. 16일까지 후보 검증 절차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후보등록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후보에 대한 자질 논란에 앞서 후보등록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교회 보수교단 연합기구 중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단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먼저 선관위원장으로 선임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의 행보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 헤프닝이 벌어졌다.

한기총 윤덕남 사무총장은 후보등록 마감 시간인 오후 5시에 최종 등록된 후보가 예장개혁 김운복 목사와 청교도영성훈련원 전광훈 목사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30분 정도 지난 후 윤 사무총장이 돌연 발표를 번복하면서 혼란이 왔다.

윤 사무총장은 이영훈 목사와 합동장신 김한식 목사가 후보등록을 했다고 추가 발표를 했다. 이로써 총 4명의 후보가 등록됐다고 알렸다. 이후 이미 등록이 마감된 상황에서 추가 등록 사실을 알린 배경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이영훈 목사의 후보 등록 발표는 즉각 논란이 됐다. 현재 선관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대표회장 후보로 출마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리고 선관위원장 자리는 길자연 목사가 이어 받았다는 소문이었다. 길 목사가 이 목사의 대표회장 선거를 밀어줄 것이라는 추측까지 이어졌다.

이영훈 목사가 후보로 등록한 이유에 대해서도 후문이 돌았다. K목사가 단독으로 후보를 등록할 경우를 우려해 대비책으로 후보 등록을 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11일 기하성이 긴급 임원회를 열고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가 단독 후보로 접수될 시 이영훈 목사를 입후보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신빙성을 더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자가 이어지면서 출마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14일 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되면서 이영훈 목사의 후보 등록설은 완전 무마됐다. 이 목사는 이날 선관위원장 자격으로 위원회에 참석했다. 이 목사에 대한 후보 등록설도 일단락 됐다. 이영훈 목사의 후보 등록 논란은 정리됐지만 결론적으로 남은 후보는 2명뿐이다.

14일 김운복 목사가 돌연 후보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운복 목사가 소속된 예장개혁 교단에 대한 교계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장개혁은 지난 2011년 류광수 씨의 다락방 전도총회와 통합한 후 한기총 회원교단 행정보류 등 조치를 겪는 등 곤혹을 치렀다. 다락방은 현재 예장 고신과 통합, 합동, 합신 등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대표회장 선거에서 선출된다 해도 이단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한기총 내 재정 기여도가 큰 교단으로 지난해 ‘한국교회의 밤’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서서히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렇지만 출마설이 나오자마자 이단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이에 이번 회기 후보 출마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에서 후보직 사퇴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일인 7일 오후 광화문 사거리에서 ‘회개와 구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한기총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공고히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일인 7일 오후 광화문 사거리에서 ‘회개와 구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한기총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공고히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다른 두 후보 또한 논란 여지가 있다.

먼저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때 ‘태극기 집회’에 나섰던 인물이다. 교계 내 목회자 중 단연 정치적인 행보가 두드러진다. 게다가 최근 사법부로부터 정치활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전 목사는 지난 19대 대선 때 교인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전 목사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징역 10월은 선고해 법정구속이 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구속 한 달 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전 목사는 19대 대선 당시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당초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다른 후보인 김한식 목사는 태극기 성조기 등을 동원한 극우 구국기도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미스바대각성 기도성회 준비위원장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한기총 주최 ‘회개와 구국기도회’의 설교자로 나섰다. 지난 2003년 6월에는 “이 땅 공산당들의 모가지를 다 잘라 주소서” 등 과격 발언이 이어진 기도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또 이번 대표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마감 시간 이후에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절차상 문제까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6일 이영훈 목사가 선관위원장인 한기총 선관위가 전광훈‧김한식 목사 등 2인에 대한 후보자격심사를 마친다. 누가 됐든 대표회장 자격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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