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서연)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인권 유린, 억울함 호소 기자회견 및 궐기대회’에서 강제개종 금지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서연)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인권 유린, 억울함 호소 기자회견 및 궐기대회’에서 강제개종 금지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강제개종에 숨진 여성 벌써 2명… ‘구지인법’ 제정해야”
강피연 “피해자 1000명 대부분 여성… 여성인권 문제”

[천지일보=임혜지·홍수영 기자] “대통령님과 국회의원께 호소합니다. ‘인권 대통령’이 치리하는 대한민국. 이 자유 대한민국에서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개종 강요, 즉 강제개종 실태를 전수 조사해 주십시오. 관련자들을 엄벌하고 근절대책 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강제개종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관계자들이 한 번도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강제개종 실태를 하루속히 파악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관계자들을 엄벌해주십시오. 더 이상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여성이 없도록 국민을 보호해 주십시오.”

소수 종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지난 3일 남편과 가족에 의해 6일간 감금됐던 임경희(40대, 여)씨가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강제개종 여성인권 유린, 억울함 호소’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을 삼키며 이같이 외쳤다.

세계여성평화인권위는 이날 ‘여성인권 유린, 억울함 호소 기자회견과 궐기대회’를 열고 강제개종 금지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며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의 인권이 강제개종으로 더 이상 유린되는 일이 없도록 ‘구지인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강제개종 피해를 증언한 임씨는 “강제개종으로 벌써 대한민국 여성이 2명이나 사망했고, 나 또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사건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다시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억울한 납치‧감금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서연) 회원들이 1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인권탄압, 억울함 호소 기자회견 및 궐기대회’에서 강제개종 금지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서연) 회원들이 1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인권탄압, 억울함 호소 기자회견 및 궐기대회’에서 강제개종 금지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임씨에 따르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에 다니고 있는 임씨는 지난 3일 남편과 가족에 의해 차로 태워져 강원도의 한 펜션으로 끌려가 이후 약 6일 동안 감금됐다. 임씨의 가족들은 임씨의 핸드폰을 빼앗고 “개종교육을 받겠다고 스스로 종이에 서명하라”며 개종교육을 받을 것을 강요했다. 임씨는 또 다른 곳에서 개종교육을 받기 위해 펜션을 옮기던 중 극적으로 탈출해 인근에 있던 시민에 의해 구조됐다.

임씨는 “나중에서야 이러한 가족들의 행위의 배후가 한국이단상담소의 강제개종 목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강제개종 목사들은 법망 뒤에 교묘하게 숨어 처벌을 피하고, 나와 가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극악무도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강제개종 실태에 대해 즉각 조사하고, 관련자 엄벌과 근절대책 법안을 마련해서 소수 종교인도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는 나라로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모인 여성들도 임씨의 호소에 목소리를 보탰다. 여성들은 “정부가 하루속히 가정파탄을 부르는 강제개종을 금지하고 강제개종 행위자를 처벌할 ‘구지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사이 힘없는 국민이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여성들은 청와대 인근 사거리에 모여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궐기대회에서는 지난해 개종을 강요받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구지인(27)씨가 생전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남긴 편지 등을 낭독했다.

이서연 세계여성평화인권위 위원장은 “강제 개종 처벌법 구지인법이 제정될 때까지 우리의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여성인권유린억울함 호소 궐기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여성인권유린억울함 호소 궐기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같은 시각, 국회 앞에서도 궐기대회가 열렸다. 국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의 여성이 모였다. 이들은 ‘여성인권 탄압 중지’라는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르고 ‘여성인권 유린 중단하라!’ ‘구지인법 제정하라!’ ‘여자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닌가!’ 등의 팻말을 들었다.

국회 앞 궐기대회에 참석한 정은영(가명, 45, 여)씨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현대판 마녀사냥같은 일이 벌어지니 말도 안 된다”며 “인터넷에 보니 구지인씨 1주기에 또 강제개종 피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어 대전에서 올라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한기총 편에 서서 국민 소리 귀막고 단절되지 말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성인권 회복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많은 차에 이번 행사를 알게 됐다는 신수옥(60, 여, 인천)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관심당하고 그런 거 같아 너무 억울해서 참석했는데 구구절절 공감이 간다”며 “정부와 국회가 구지인법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 회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구지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 회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구지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4

한편 강제개종 문제는 지난해 12월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감금된 채 개종을 당했던 故구씨가 지난 9일 부모에게 죽임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는 개종 목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강제개종은 사라질 수 없다며 ‘강제개종 목사 처벌과 강제개종 금지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강피연에 따르면 현재까지 납치, 감금, 폭행이 동반된 강제 개종으로 인한 피해자만 1000명이 넘는다. 특히 이 가운데 여성들의 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강피연 관계자는 “강제개종 피해자 중 여성 피해자 비율이 약 70~80%”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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