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고 박종철 열사 32주기 추모제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고 박종철 열사 32주기 추모제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종철아 보고 싶다” 박종철 32주기 추모제
정부, 고문현장 2022년 민주인권기념관 건립
“기념관으로 새로 태어나는 그날이 오면… ”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1987년 1월 14일, 서슬 푸른 전두환 군사정권의 탄압에 맞서 저항하던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경찰에 의해 강제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지 하루 만에 싸늘한 시신이 돼 실려 나왔다. 이날은 한국 민주화운동 역사에 영원히 기억하는 날로 기록됐다.

사건 다음 날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이 박종철의 사인은 단순 쇼크사라고 발표했다. 강 본부장은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했다. 박종철에게 친구의 소재를 묻던 중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졌다.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부검의가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에 의한 사망이다고 증언하고,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사건발생 5일 만인 19일 물고문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재야단체들이 앞장서 고문정권 규탄 시위를 이어가 민주화투쟁이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정부는 내무부장관 김종호와 치안본부장 강민창의 전격 해임과 고문근절 대책 수립 등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꺾을 수 없었다. 박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은 6월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돼 전두환 군사정권의 몰락과 함께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폭력·인권탄압 상징 남영동 대공분실, 시민의 품으로

박종철 열사의 기일 하루 전인 13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당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 모였다. 과거 군부 폭력과 인권 탄압의 상징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 박종철 열사의 3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박 열사 유가족과 영화 1987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그날의 외침이 32년 만에 다시 울려 퍼졌다. “종철아 보고싶다”는 현수막을 들고 선 이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박종철 열사 친형인 박종부씨는 “남영역이 더 이상 스쳐지나가는 역이 아니고, 찾아오는 역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새로 태어나는 그 날을 그려본다”고 말했다.

김세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박종철 열사가) 32년 만에 경찰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생전 박종철 열사가 즐겨 부르던 ‘그날이 오면’은 박 열사의 추모곡으로 헌정됐다. 박 열사가 물고문을 받았던 509호실은 시민들의 국화꽃으로 가득 찼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에서(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이 열린 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509호 앞에 박 열사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8.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에서(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남영동 대공분실 이관식’이 열린 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509호 앞에 박 열사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8.12.26

정부는 1970~80년대 대표적인 고문기관으로 악명을 떨쳤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민주인권기념관 건립 사업을 펼치며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 지난해 12월말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가 들어선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관리 권한을 경찰청에서 행정안전부로 옮기는 이관식을 가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관식에서 “민주인사들의 희생은 끝없이 커졌지만 운동가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며 “(이런 일들로 인해) 시민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했으며 정치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국민의 희생으로 쟁취된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느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고 지켜지도록 변함없이 노력하겠다”며 “정부는 민주인권기념관의 관리와 운영을 성심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 2022년 '민주인권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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