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행정의 갑질 ‘고충민원’에 국민은 고달프다
[아침평론] 행정의 갑질 ‘고충민원’에 국민은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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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며칠 전에 구청 옆을 지나면서 보니 구청 건물 벽면에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018년 구정(區政)의 어느 업무분야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정부예산을 얼마 따왔다는 등 치적을 적은 홍보였다. 그 현수막을 보면서 잘 한 부문이 드러나지만 잘못한 부분들, 행정·예산의 낭비와 또 구민들에게 불편을 준 일들이 얼마나 가려져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실제로 공무원들의 위법행정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은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그런 위법행정으로 인해 국민이 억울한 일이 있어도 행정행위에는 특유한 공정력(公定力)이라는 게 있어서 국민이 얼마기간만큼 정신적·경제적으로 피해 입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행정주체인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법규를 잘못 보거나 판단 잘못으로 국민에게 어떠한 행정처분을 했을 경우 행정청 스스로가 위법임을 알고 사실에 맞게끔 정정·취소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만 공무원이 위법·부당함을 간과한 채로 잘못되게 집행했을 경우에는 그 성립에 흠이 있다손치더라도 당연 무효가 아닌 한 권한있는 행정기관이나 법원에 의해 취소될 때 까지는 일응 구속력이 있어 그 행정행위의 상대자. 즉 국민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니 이것이 ‘공정력’인바,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바람직하지 아니한 행정행위의 규범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주민은 구제책을 찾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행정처분의 종류가 많고 복잡해 국민 중 십중팔구는 그 구체적 대응방법을 잘 몰라 이중삼중으로 고초를 겪게 되는바, 위법행정에 따른 고충민원의 피해는 어느 민원(民怨)보다도 크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국민고충이 발생돼서는 안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자 정부에서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외에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을 마련해 고충민원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중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에서 고충민원이라 함은 ‘행정기관 등의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사실행위 및 부작위를 포함한다) 및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민에게 불편 또는 부담을 주는 사항에 관한 민원(현역장병 및 군 관련 의무복무자의 고충민원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한마디로 행정기관의 위법 등으로 인해 국민이 권리를 침해당하고 불편을 겪는 일이다. 그러니 국민입장에서는 얼마나 원통하고 속상하는 일이겠는가.

차설(且說)하고서 ‘2018년 최고구청장 지방자치 CEO대상’을 수상한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지난 7일 새해 들어 7급 이하 직원들과 소통을 위한 간담회 보도기사가 났다. 이 자리에서 공무원 개인의 고충이 쏟아졌는데 어느 공무원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고충 민원인에 대한 대응 방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유 구청장은 “빈도수를 조사한 후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곳을 시작으로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충민원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구청의 위법행정으로 그동안 피해 입은 고충민원인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는지, 원천적인 위법행정에 대한 해결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 동대문구청은 2017년도 민원서비스평가에서 전국최우수기관 인증을 받은 민원행정 모범기관이다. 그렇지만 한해 1천여건 고충민원이 발생되고 그 가운데 실제 고충민원은 100건 가량 발생하고 있다. 구청 공무원이 당연히 적법행정을 하여야 함에도 100건이나 위법을 해 구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말이 되고, 나머지 900건도 공무원의 위법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구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것인데 구청장이 구민을 주인이라 생각한다면 새겨들어야 한다.

민원(民願)모범기관에서 민원(民怨)의 어두운 사례가 있다. 어느 구민이 2005년경 상가 주택을 근린생활시설(사무소)로 용도변경신고를 했으나 사정이 생겨 공사하지 않았다. 주택인 건물에 대해 구청에서 현지확인을 거쳐 건축물대장에 건물현상(주택)에 합치되게 기재해야 함에도 사실과 다르게 ‘사무소’로 잘못 기재해놓는 위법을 했다. 13년이 지난 후 구청 건축과 공무원이 잘못 기재된 건축물대장을 근거로 ‘사무소를 주택으로 무단용도변경했다’고 임의 판단하고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구청이 위법한 내용을 확인해 건축물대장에 직권정정하면 될 일을 주민에게 덮어씌운 격이 됐으니 그 주민은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한 일인가.

구청장과의 간담회에서 고충민원인으로부터 당한 고충을 토로한 그 직원이 폭언 등에 시달렸다면 억울한 일로, 구청 사무실 같은 공무소에서 폭력은 일어나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런 불미스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 공무원의 위법행정이 단초가 된 책임도 있다. 행정기관에서 공정력과 강제력을 앞세워 위법한 처분은 분명 행정의 ‘갑질’이다. 민원수범기관 동대문구청에서 한해 100건가량 된다는 고충민원이 나라전체로 치면 얼마나 많을까. 국민에게 피눈물 흘리게 만드는 장본 ‘고충민원’에 공무원이 피로하고 국민은 더욱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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