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을 주도했던 종교계가 종단별로 기념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100년 전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지도자 33인은 모두 종교인이었다. 이를 주도한 손병희 선생은 천도교만으로는 민족운동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개신교, 천주교, 불교 지도자에게 참여를 권했다. 최종 구성은 천도교 15명, 개신교 16명, 불교 2명으로 마무리됐다. 천주교는 참여하지 않았고, 개신교는 주최 측보다 많은 16명이나 참여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개신교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그 배경에 교단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 개신교는 당시 이미 여러 교단이 국내에 들어와 선교 우위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던 시기여서 서로에게 매우 배타적이었다. 그래서 타 교단을 서로 개신교 대표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달래 손병희 선생이 최대한 다양한 개신교단이 참여하도록 기회를 열어준 것이었다. 천주교는 교황청의 지시로 친일 행보에 동조하고 있어서 참여 자체를 하지 않았다. 

‘평화와 독립’이라는 대의 앞에 하나 됐던 종교인들로 평가 받지만 실상은 100년 전부터 종교인들은 하나 되지 못하고 자기 교단의 명예나 자리싸움에 연연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종교계 분열과도 무관하지 않다. 

3.1운동 100주년 사업을 준비 중인 천도교 전 교령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도 각 교단별 이익을 앞세우는 종교인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애로사항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 각 종단별로 다양한 기념식이 예정돼 있다. 예정된 행사를 보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은 각 종단 홍보행사로 변질된 모양새다. 특히 개신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부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듯 보이지만 과연 될지 싶다. 

100년 전 33인의 민족지도자들이 꿈꾼 세계가 담긴 것이 기미독립선언서다. 그들은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새 시대가 오길 바랐다. 세상은 이치적으로 돌아간다. 바라는 세상을 위해서는 최고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종교지도자들부터 세속적인 생각을 버리고 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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