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窓] 중국 선전(深圳)과 판교테크노밸리
[동북아 窓] 중국 선전(深圳)과 판교테크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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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중국 선전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노선에 따라 1980년 8월 중국에서 제일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인구 3만명의 어촌이 지금은 인구 1200만명이 넘는 첨단산업도시로 발전했다. 중국 굴지의 기업 ZTE(전자), 화웨이(전자), 텐센트(인터넷, 게임), DJI(드론), BYD(전기차) 등의 본사도 이곳에 있다.

젊은이들은 단순 취업이 아니라 창업의 꿈을 안고 선전에 와서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연구 활동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부른다. 10년 전만 해도 선전 제품의 90%가 모조품이었으나, 지금은 모조품은 30%에 불과하고 70%는 혁신제품이라고 한다.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선전에는 창업자들을 위한 인프라도 잘 구축돼있다. 대형 전자상가인 화창베이(華强北)의 800여개 공장형 상점은 휴대폰, 드론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부품을 생산·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두 시간이면 휴대폰이나 드론 등을 직접 조립할 수 있다고 한다. 북경대, 하얼빈공대, 인민대 등의 분교도 있어서 산학연구체제도 잘 구축돼 있다. 작년 세계에서 판매된 25억개의 휴대폰 중 절반을 중국이 생산했는데, 중국산의 절반 이상을 선전에서 만들었다. 중국의 위쳇(WeChat)이나 알리페이(Alipay) 등 전자결제 체제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앞서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천국으로, 여기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허름한 차고(garage)에서 출발한 휴렛팩커드(HP)가 무선전화를 만들면서 발전한 이 도시는 나중에 실리콘이 주재료인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서 실리콘밸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차고에서 각종 공구로 재료를 자르고 조립하는 동안 자기만의 창작품을 만들어낸다. 지금도 미국의 단독주택 가정에는 대부분 차고를 가지고 있고, 군대에도 공예실(art & craft shop)이 있다. 실리콘밸리 정신의 근원이기도 한 미국인들의 호기심과 낙천성, 그리고 혁신적 사고는 바로 이런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판교테크노밸리(판교밸리)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라 할 수 있다. 2005년 조성을 시작해 현재 운용중인 제1판교밸리 면적은 66만㎡에 이르며, 1270여개의 첨단기업에서 7만명이 넘는 인재들이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판교밸리 입주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2016년 기준 약 79조원으로 부산(78조원)이나 인천(76조원) 지역의 총생산과 맞먹는다. 판교에는 이미 SK케미칼, 포스코ICT, 안랩, 카카오 등 기술혁신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성남시 수정구 일대 43만㎡에 제2판교밸리가 조성될 것이며, 2023년까지 성남시 금토동 일대 58만㎡에 제3판교밸리가 준공될 예정이다. 이들이 모두 완공되면 판교엔 약 10만명 이상의 첨단산업 종사자가 일하게 된다.

앞으로 판교밸리에서 젊은이들이 신나게 스타트업 창업을 하게하려면 정부차원의 배려가 필요하고 본다. 첫째, 정부는 온라인 창업 사업자등록제를 허용하고, 둘째, 선전의 화창베이 같은 전자상가를 판교에 구축하며, 셋째, 선발된 유능한 창업자에게 아파트형공장(전세 1000만원, 월세 90만원)을 3년간 무료로 제공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갖추어지면 젊은이들이 공시생에 매달리기보다 도전적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판교밸리가 정착된 후, 전국에 권역별(인천,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 등) 테크노밸리를 개발하면 청년일자리 창출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안정적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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