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2

1차 조사서 혐의 대부분 부인

“‘지시·보고·기억·죄성립’ 없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양승태(71, 사법연수원 2기) 전(前) 대법원장이 이르면 내일(13일) 재소환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향후 조사 과정에서 ‘지시·보고·기억·죄성립’이 없다는 ‘4無 진술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르면 13일 양 전 대법원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한 검찰은 그에게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법관 블랙리스트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도 조사했다.

이 사건들은 모두 과거 박근혜 정부가 민감해하며 관심을 뒀던 것으로, 청와대 협조가 절실했던 양 전 대법관이 직접 사안을 챙겼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고, 일부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자필 서명이 남은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블랙리스트)과 관련해서도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정당한 인사권한 행사로써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2차 소환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사안에 대해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4無 진술전략’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지시한 적 없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실무진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등 사이에서 이뤄진 것일 뿐 본인은 관여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만일 부하법관들의 ‘과오’로 인해서 사법농단 범행이 이뤄졌을지라도 이에 대한 공모 여부와 본인에게 형사책임을 묻을 수 있는지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서 향후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범죄성립 여부 등 모든 부분에서 검찰과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2차 소환과 관련해 일정을 비공개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매번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기 어렵고 안전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주말 소환을 고려하는 이유도 민원인 방문이 적고 안전 관리상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조사에서는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개입 사건을 비롯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등 헌재 관련 사건,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 축소 의혹,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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