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만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만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닛케이 “美도 중재 안 나서 장기화 전망”

[천지일보=이솜 기자]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를 인정하고 한일간 ‘레이더 갈등’이 발생한 지 3주째 양국간 의견이 여전히 대립하면서 한일 관계의 경색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의 첫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다음 달 화해치유재단이 해산을 공식화하면서 악화 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한국과 일본은 다음 주 중 방위 당국 간 2번째 실문자 협의를 여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에 대해 동맹국인 미국도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4일 합막료감부(우리의 합참에 해당)를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레이더 논란과 관련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고 지원을 당부했으나 미국은 한일 간 레이더 갈등에 대해 중재에 나서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우방인 만큼 어느 한쪽 편을 들 경우 공조 관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레이더 갈등의 주요 쟁점은 ▲ 우리나라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에 화기 관제(사격 통제) 레이더(STIR)를 겨눴는지 ▲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대해 위협 비행을 했는지 ▲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무선망으로 레이더 조사(겨냥해서 비춤) 의도를 물었는데 광개토대왕함이 무시했는지 등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고, 우리도 반박 동영상을 올리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갈등도 점점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 법원이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인단이 신청한 신일철주금 한국 자산 압류 신청을 승인한 데 대해 지난 9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3조에 따른 ‘외교적 협의’를 요청한 것이다. 이는 국제법정에 판결을 구하는 등의 절차에 들어가기 앞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일본이 협정에 따른 첫 번째 행동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가 받아들여야 성사될 수 있어 절차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지난 2011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3조 1항에 따른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을 당시 “위안부 문제는 청구권협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도 일본을 방문해 일본 측 의원들과 신일철주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했지만,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한국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일본 정부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고,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 의원연맹 회장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같이 외교당국간의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일간 현안이 정치·국제 여론전으로 비화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조금 더 겸허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면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그 문제(배상 판결)를 정치 쟁점화해서 논란거리로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정치공방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 정부간 갈등이 국민 감정의 급격한 악화로 연결될 우려가 나오면서 향후 정부의 대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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