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꺾기다리 안경. 태는 금속이며 아치형의 안경 코가 특징이다. (사진제공: 한국전통공예미술연구소)

400년 된 안경 역사 되짚기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안경.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찾고, 뜨거운 음식 앞에서는 하얗게 변해버리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필수품이다. 여름에 수영장이나 물놀이를 가도 늘 신경 쓰이고, 겨울에 실내로 들어가면 뿌옇게 변해 사물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안경 때문에 시력이 나쁜 사람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안경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인구의 30퍼센트 이상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요즘에는 어린 나이에도 안경을 쓴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등장한 현대사회에서 장기간 컴퓨터 사용, 화려한 조명 등이 시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1930년 둥근 ‘안경’을 쓴 60세의 깡마른 노인 간디는 추종자들을 선두에서 이끌며 인도 서부의 해안마을인 단디를 향해 전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리더 ‘간디’는 안경을 썼고, 동그란 안경은 그를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경(眼鏡)이란 일반적으로 눈에 사용되는 것을 말하며 ‘눈거울’을 뜻한다. ‘경(鏡)’자는 ‘금(金)’ ‘입(立)’ ‘견(見)’이 조합된 것으로, 이 글자를 통해 안경은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금속으로 만든 거울이었음을 알 수 있다.

▲ 안경을 쓰고 있는 조선 후기 학자 ‘황현’의 초상화로, 화가 채용신의 1911년 작품이다. 초상화는 현재 매천사에 소장돼 있다. (사진제공: 한국전통공예미술연구소)

우리나라에 안경이 전래된 지는 400여 년이 됐다. 어디에서 전래돼 들어온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게 직접 제작한 시기도 16세기로 같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안경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신들이나 외국인에 의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지봉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안경은 노인이 책을 볼 때 쓰는 것으로 작은 글자를 크게 볼 수 있다… 안경은 해방(조개이름) 껍질로 만든다고 하는데…”라고 기록돼 있다.

조선 정조임금은 47세부터 시력이 나빠져 문서나 작은 글씨를 볼 때 안경을 끼고 업무를 봤는데, <정조실록> 52권에 “정조는 안경을 끼고 정사를 보면 놀랍도록 잘 보이지만 안경이 없으면 책이나 서류를 보기 어렵다”고 적고 있다.

한편 조선시대 사대부나 왕족들이 안경집에 멋을 더해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것을 보고 시력이 좋은 사람도 멋으로 안경을 쓴 것을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안경은 광학, 시력 교정 등의 용도와 더불어 조선시대 사대부가들이 즐긴 것과 같이 공예품으로도 다양한 쓰임을 갖게 됐다. 또한 현대사회에서도 단순히 광학 등 시력을 교정하는 목적 이외에 패션의 하나가 됐다.

중요한 것은 그 옛날의 안경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경도 없다. 지금은 옛 안경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지만, 남아있는 안경 유물들을 통해 쓰임과 특징 등 역사적 자료가 됨은 물론이고 현대사회에 등장해 발전된 안경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 장식 및 공예품으로도 사용된 안경집 (사진제공: 한국전통공예미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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