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1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에 소환된 가운데 어떤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44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가 있다고 판단해 같은 내용을 적용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 등에게 직접 지시하거나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중 가장 무게감이 있는 것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공소장 첫 번째 범죄사실로 해당 혐의를 적시했다. 그만큼 이 혐의가 핵심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2년 일제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듬해 박근혜 정부·청와대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양 전 대법원장 산하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전범기업을 대리한 법무법인 김앤장 관계자를 여러 차례 독대하고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파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공작 소송 등 사건에도 임 전 차장 등과 공모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정운호 게이트’ 사건 때 판사들을 상대로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내 영장 심리에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내고, 2015년 당시 문모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에게 통보받고도 징계절차를 밟지 않는 일 등에 최종 책임자로서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1

‘사법농단’ 논란이 불거진 계기가 된 ‘판사 블랙리스트’에 관련한 혐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법행정이나 특정 재판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해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 문건에 양 전 대법원장의 자필서명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반대되는 성향의 법관사찰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비자금 조성 등 지금까지 알려진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에 앞서 그의 재임 기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다시 불러 관련 혐의를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이 두 전직 대법관이나 임 전 차장에게 재판 거래 등과 관련해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7개월에 달하는 수사기간 동안 법원이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임 전 차장과의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고 기각하는 등 미처 확보 못한 증거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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