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못쉬는 한반도④] ‘잿빛 하늘’ 아래 마스크족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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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폭격에 무뎌진 시민들

국민 63% ‘나쁨’에도 “마스크 안 써” 이유 다양

초미세먼지로 조기사망자 1만 1924명… 하루 32명꼴

전문가 “농도 보통이라도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미세먼지를 다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답답하기도 하고 귀찮아요.”

8일 오전 9시 30분, 서울역 횡단보도. 하늘은 맑은 듯 했지만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농도는 ‘나쁨’ 수준이었다. 하지만 횡단보도에 모여든 사람 9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사람에 불과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던 한 남성에게 이유를 묻자 “당장 내 몸에 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번거롭다”며 “따로 챙겨보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못 챙기게 된다”고 말했다.

매서운 한파에 잠시 주춤했던 미세먼지가 날씨가 풀리면서 또 다시 늘어났다. 하늘은 맑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높게 분포하는 이른바 ‘겨울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런 미세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초미세먼지(PM-2.5)와 사망자 수에 관한 환경부 연구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한 사람의 수는 1만 1924명에 달했다. 하루 32여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한 셈이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는 ‘심질환 및 뇌졸증(58%)’이 가장 많았다. 미세먼지가 단지 호흡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혈관 질환 및 뇌 질환도 유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길거리를 돌아보면 마스크를 찬 이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매일 이어지다보니 미세먼지에 ‘무뎌졌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한국갤럽에서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미세먼지 ‘나쁨’ 예보일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편이라는 사람은 절반이 넘는 628명(63%)이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로 ‘불편하다(19%)’ ‘귀찮고 번거롭다(13%)’ ‘답답하다(13%)’ 등을 꼽았다.

◆ ‘귀찮아서’ ‘화장 묻어서’ ‘무뎌졌다’ 등 불편

실제 기자는 직접 미세먼지 ‘나쁨’ 수준을 보인 8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용산·광화문·중구 일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100명의 시민 중 마스크를 쓴 이들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다가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시청역 인근 한 횡단보도에서 만난 대학생 김혜진(23, 여)씨는 “마스크를 쓰면 화장이 번지지 않냐”며 “미세먼지가 요즘 심해진 건 알지만 화장이 지워질까봐 마스크를 끼고 다니진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보연(33, 여)씨는 “마스크를 쓰면 입에서 나오는 김 때문에 답답하다”며 “미세먼지가 매일 최악이어도 건강에 나쁘다는 게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무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규(19)군은 “마스크를 챙기려고 했는데 깜박하고 집에 놓고 왔다”며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따갑긴 하지만 아직 젊어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호흡기 기관지가 연약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더 취약하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만난 60세 이상의 노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길을 건너던 한명복(83, 남)씨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면 눈앞이 안 보이고 숨도 못 쉬겠어서 걷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발 스모그 유입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7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일대가 미세먼지와 안개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발 스모그 유입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7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일대가 미세먼지와 안개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7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던 환경미화원 최모(51, 남)씨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최씨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어도 쓰지 않는다”며 “일하다 보면 금세 숨이 차 답답하고 땀이 흘러 불편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마스크를 쓴 이들도 있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송모(38, 여)씨는 “미세먼지 모드가 8단계로 돼 있는 앱도 따로 다운 받아서 실시간으로 확인한다”며 “마스크는 언제 어디에서 미세먼지가 심할지 모르니 늘 갖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다수의 시민은 마스크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정부차원의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주부 임모(39, 여)씨는 “경유차 대신 전기버스를 더 보급했음 좋겠다”며 “미세먼지가 줄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아무리 쓴다 한들 도움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시민은 “마스크 가격부터가 부담이 된다”며 “마스크 가격을 내려주던가, 시 차원에서 마스크를 시민에게 넉넉히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 질본 “호흡기 질환 유발할 수 있어”

일부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막아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기도를 자극해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외출할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물질이라 폐나 심혈관, 뇌 등에 들어가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본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농도가 10μg/m³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라도 장시간 바깥에 나갈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선 미세먼지 경보가 발생하면 영유아와 청소년, 노인, 임산부 등 미세먼지 민감군은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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