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평생 철학자로 살았다. 홀로 산책하고 사색하며 생각을 다듬었다. 운동에 대한 철학은 분명하고 명쾌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한 것이어야지 결코 운동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새해 우리 나이로 100세가 된 노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지난주 방영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 ‘백년을 살아보니’ 5부작 김형석 교수의 이야기를 감명 깊게 보았다. 백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음성과 맑은 정신으로 많은 이들에게 강연을 통해 울림과 가르침을 주는 그의 삶을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해 소화하는 강연만 160여개에 달하고, 최근 두 권의 책을 내며 일간지에도 꾸준히 글을 쓰며 열정적인 생활을 하는 그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운동과 절제된 식사, 일이라고 말했다. 30년 넘게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가 정년이후 그만큼의 시간을 명예교수로 보낸 그는 건강을 위해서 이 세 가지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50세가 넘으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좀 많아진다. 그 방법이 운동하면 좋다고 해서 운동이 목적이 된다. 체육관에 가보면 운동을 너무 많이 해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60세가 지나면 운동은 건강을 위한 거지 운동이 목적이 되면 손해다. 일 자체가 건강일 수 있다. 50대 후반에 방학 때만 되면 아팠다. 이상하다고 혼자 생각해보니 일을 하다 노니까 아팠던 것 같다. 적당히 운동을 하면서 일을 다시 하니까 몸이 아프지 않았다. 먹는 것도 과식을 안 하고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양을 규칙적으로 한다”며 자신의 건강법을 소개했다.

100세 할아버지라고 볼 수 없는 꼿꼿한 허리, 두툼한 종아리 근육을 보면서 그가 젊은 시절부터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평양 숭실고보 재학시절부터 축구를 매우 좋아했다. 일제 때 숭실고보는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축구로 유명한 학교였다고 하는데, 그도 학교의 영향으로 축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연세대 교수 시절 고려대와의 정기전에 연세대 교수 대표로 50대까지 축구팀에서 활약할 정도로 축구를 즐겨했으며, 최근에는 일주일에 이틀 수영을 30분 정도 빠지지 않고 한다. 또 하루 1시간씩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정신과 육체는 뇌를 통해 서로 연결돼 꾸준히 관리를 해나가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결과를 내놓았다. 육체보다 정신을 위에 놓아서도, 아래로 놓아서도 안되며, 두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사실을 김형석 교수와 같은 건강 롤모델 어르신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

독일의 관념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네 주위 산책을 했던 것은 걷기를 통해 몸을 자극하면 뇌활동이 활발해져 깊은 사색을 하고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본 근대 철학을 집대성한 교토대 철학과 교수 니시다 키타로가 사색을 즐겨했다 해서 붙여진 교토 ‘철학의 길’이 유명해진 것은 산책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새해 들어 정신과 육체의 꾸준한 관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준 김형석 교수의 삶을 일반인들이 그대로 따라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산책과 수영, 좋아하는 스포츠 하기 등 여러 운동을 가볍게 따라하면서 생활의 활력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며 생명의 숨결과 온기를 불어넣는 삶의 자세를 김형석 교수는 교훈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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