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유서에서 “교통 마비시키자”
“더는 당신들 밑에서 살기 싫어”
대책위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청와대로 이동해 성명서 전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분신한 택시기사 임모(64)씨가 끝내 숨졌다. 그는 4장짜리 유서와 4~5분짜리 음성파일을 통해 유언을 남겼다. 택시업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택시 천막농성장에서 ‘카카오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임씨의 불에 그을린 유서와 그의 유언을 담은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임씨는 본인의 육성을 통해 “카카오는 당초 택시와 상생을 약속했으나 지금은 콜비만 챙기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이여 다 일어나라. 교통을 마비시키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은 다 죽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나는 더 이상 당신들 밑에서 살기 싫다. 저 멀리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얼마나 더 죽어 나가야 이 정부는 귀를 기울일 것인가”라면서 “정부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제3, 제4의 열사가 나오지 않도록 직접 나서 전국 100만 택시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와 여당은 카카오의 주장만을 대변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대통령께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고자 면담을 요청하니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면담에 응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문 대통령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법인택시 5대와 개인택시가 비상등을 켠 채로 청와대로 향했다. 성명서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 임씨가 운전하는 택시에 큰 불이 났다. 이 불로 임씨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한편 지난달 10일 최모(57세)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신의 택시 안에 휘발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였다. 중상을 입은 최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2시 50분쯤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