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피해자 2명 기자회견 예고”

“여론화되는 것 보고 힘얻어”

표창원 “유사 제보 더 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22, 한국체대)가 조재범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체육계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에 자문을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는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빙상계 성폭력 피해선수의 규모에 대해 “총 6명 정도”라고 밝혔다. 심 선수 외에도 5명이 더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성폭력 가해자 숫자에 대해 “여러명”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 선수 중 2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 피해자의 신분은 현직 선수이며 가해자는 전직 코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피해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경위와 관련해 “(피해 선수들은) 심석희 선수 인터뷰가 터지기 전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걸 보고 여론화가 되는 것을 보고 힘을 얻어 공론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심 선수는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를 경찰에 고소하며 지난 2014년 여름부터 조 전 코치에게 강제추행은 물론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 선수가 밝힌 2014년은 그가 만 17살(고등학교 2학년) 때로, 그는 이때부터 평창 올림픽 개막 두 달 전까지, 4년 가까이 상습적으로 조 전 코치에게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같이 피해 사례를 밝힌 심 선수 외에도 2명의 체육계 성폭력 피해 폭로가 예상되지만, 일각에서는 더 많은 선수들의 미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날 다른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심 선수와 유사한 피해 사실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지난 8일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한편 조 전 코치 측은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는 조 전 코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지난 8일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한편 조 전 코치 측은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는 조 전 코치 모습. (출처: 연합뉴스)

표 의원은 “쇼트트랙 같은 경우는 어린아이 때부터 합숙을 하다 보니 심 선수가 묘사한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겪었다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있다”며 “종목 불문하고 스포츠계에서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에도 2월에 테니스, 3월에 리듬체조, 3월에 태권도, 바둑에서도 성폭행 문제가 있었다”면서 “빙상, 검도, 배구는 국가대표 여자 선수들이 출국 직전 술에 취한 트레이너와 코치에게 성추행 당하는 바람에 대회 출전을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또한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2008년 진행한 ‘학생 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교 학생 선수 1139명 중 63.8%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58.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강제추행(25.4%)이나 성관계 요구(1.5%), 강간(1.0%)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의 실태조사 이후 10년간 어린 선수들의 인권 실태를 살핀 대대적 조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피해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된 건수를 살펴봐도 성폭력 신고·상담은 지난 2014년 57건에서 지난해 93건으로 63.2% 늘었음이 확인됐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행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먼저 정부는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영구제명 조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하고, 영구제명 조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도 넓힐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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