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2회에 걸쳐 진행됐다. 수십 년 동안 헤어져 한이 맺혔던 이산가족들은 눈물로 그간의 서러움을 털어 냈다.

하지만 60년 세월에 쌓인 한을 2박 3일의 짧은 만남으로 달랠 수는 없었다. 이들 앞에 기다린 것은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도 없는 재이별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통일이 이산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그 전까지는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는 것이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길이다.

현재 남측 이산가족의 규모는 대략 60~7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등록 이산가족 가운데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것이다. 기껏해야 500명 남짓 참여하는 상봉행사가 일 년에 한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이산가족은 상봉 기회를 얻지 못하고 여생을 마치게 된다. 그 때문에 정부는 매월 주기적으로 만남을 갖는 상봉 정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대규모 대북 지원’ 등을 거론하면서 마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계산서를 들이밀고 있다. 북측은 지난달 가진 적십자회담에서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요구하는가 하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인도적인 처사를 바랐던 우리로서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경제적, 정치적 이득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금강산 관광, 대북지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북한이 계속 대가를 요구한다면 그동안 가졌던 1·2차 상봉행사는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산가족 당사자의 눈물과 고통을 미끼로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현금 인출기’를 열어보겠다는 얄팍한 수를 버리기 바란다. 상봉 정례화에 조건 없이 응하는 것이야말로 여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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