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공익신고자, 징계면제 등 혜택

현행법에서는 인정까지 ‘험로’

“사실 떠나 신고행위 보장해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현재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익 신고자’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사람이 있다. 청와대에서 KT&G 사장교체 시도와 적자국채 발행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다.

지난 2일 신 전 사무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함에 대해 사회에 알리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도 3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업무를 하던 중 공직자에 대해 폭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찰하고 혐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 감찰하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같은 입장을 말한 바 있다.

◆공익 신고자에겐 어떤 일이?

공익 신고자로 인정되면 경찰을 통해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공익신고와 관련해 공익 신고자의 위법행위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신고자에게 내려진 형, 징계, 불리한 행정처분에 대해 감경 또는 면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신 전 사무관은 “공익신고 절차를 밟아서 법적 보호를 받고 싶다”며 “공익제보자가 숨어 다니고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익신고자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선 법에 규정된 대로 공익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12일 현재까지 신 전 사무관은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인 신고자를 판단하고 보호할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 신고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본인의 신고가 필요하다”며 “아직 신 전 사무관이 신고 전이라 공익 신고자로 해당되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주장한 김태우 수사관(전 특별감찰반 파견)이 3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이 사찰 증거라며 폭로한 문건 작성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천지일보 2019.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주장한 김태우 수사관(전 특별감찰반 파견)이 3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이 사찰 증거라며 폭로한 문건 작성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천지일보 2019.1.3

◆공익 신고자로 인정받을 수 있나? 그 뒤엔 아무 문제없나?

공익신고자보호법(보호법)에 따르면 신고대상이 되는 ‘공익침해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문제는 법에 나열된 총 284개의 행위 중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적용할만한 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신고가 접수돼도 신 전 사무관이 공익 신고자로 인정받기엔 어려움이 예상된다.

폭로 방법도 문제다. 보호법에선 신고자의 인적사항 등을 기재한 문서(전자문서 포함)를 조사·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신 전 사무관은 첫 폭로를 유튜브를 통해 진행했다.

다만 지난 2008년 ‘하남시장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 조작 사건’의 공익 신고자인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박모씨에 대해 권익위가 “언론 인터뷰와 공익 신고는 같은 행위”라고 주장한 적이 있어 공익 신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김 수사관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 김 수사관의 신분은 공무원이다. 공직자에겐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되는 의무(국가공무원법 제60조)가 있다. 국가정책이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보호법 7조에 따르면 공직자에겐 ‘그 직무를 하면서 공익침해행위를 알게 된 때에는 이를 조사기관, 수사기관 또는 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한다. 즉 김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이 공익침해행위로 인정받는다면 폭로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지난 8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자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직권남용 등 행위가 284개 공익침해행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받는 부패신고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논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논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신 전 사무관과 김 수사관이 공익신고자 또는 부패신고자로 권익위로부터 인정받아도 법정에선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말한 박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씨는 공익신고자 신분을 보장받았음에도 끝내 보호받지 못했다. 2013년 대법원은 박씨를 파면한 선관위의 결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박씨의 행위가 ‘언론 인터뷰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라는 선관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김 수사관 역시 공직자의 신분으로 언론을 통해 폭로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익 신고 행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나?

이와 관련, 사실관계를 떠나 앞으로도 계속될 공익신고를 위해 이들의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익제보라고 해서 반드시 중대한 비리를 밝힌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익제보자는 자신이 아는 내용만 진실대로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에게 알려야 될 사항이 있어 제보했다면 공익 신고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그 사안이 공익에 해당하는지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안을 두고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보면서도 “전직 공무원이 자신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사안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입막음’을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기재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도 “신고 내용이 공익신고 인가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공익신고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들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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