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11시 26분(한국시간) 인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중국 탐사선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는 사건이다. 달은 다른 천체와 달라 자전과 공전주기가 같아 항상 보이는 면이 동일하므로 지금까지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일에는 창어 4호에서 분리된 탐사 로봇 ‘위투(옥토끼) 2호’가 정상적인 운행을 하면서 통신중계위성 ‘췌자오(오작교)’와 교신에 성공했다고 중국국가항천국 웹사이트가 밝혔다. 

우주 강국인 미국도 가보지 못한 달 뒷면에 중국은 달 탐사 12년 만에 쾌거를 이룬 것이다. 미·중이 군사·경제에 이어 우주패권을 놓고도 격돌할 조짐이다.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이란 말처럼, 인류는 이제 도전과 경쟁을 통해 우주를 오가는 것은 물론 사진 찍어 몇 시간 만에 받아 보는 우주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을 넘어 우주촌(宇宙村)이라는 단어도 머지않아 등장할 태세다.

이러한 지구촌의 현실을 놓고 정작 알리고자함은 다른 데 있다. 우리 한반도가 처한 현실이다. 70년 이산(離散)의 아픔을 견디며 지내온 부모형제, 개성, 금강산 등 지척에 두고도 못가는 안타까운 이 현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해보자.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정복하며 그 거리를 좁혀가고 왕래하는 마당에 그들은 왜 한 민족 한 핏줄인 이 한반도를 아직까지 볼모로 잡고 있는가. 이유를 말해 보라. 자국의 이득을 위해 남의 민족을 갈라놓고(포츠담회담), 지금도 풀어주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자신들은 달나라까지 왕래하면서 지척에 둔 고향 부모형제도 못 만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답해야 한다. 

얼핏 보면 남과 북 당사국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비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변 강대국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이 작은 나라 백성들을 피눈물 흘리며 긴긴 세월 살아오게 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문제만 보더라도 미국의 통 큰 결단 없이는 모처럼 찾아온 남북화해무드를 진척시켜 나갈 수 없게 돼 있지 않은가. 비극의 분단 이면에는 주변 강대국이 있듯이, 오늘의 남북대결과 화해의 영속성이 방해받는 이면에도 주변 강대국이 있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과연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진정 바라는 나라가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나 그 나라들은 한결같이 대한민국의 ‘우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경서에 보면 “늑대가 양의 탈을 썼다”고 했다. 모습은 양 같지만 실상은 양을 늑탈하는 늑대라는 얘기다.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대신하는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현실도 있다. 우리 스스로의 문제다. 남과 북의 문제, 특히 통일과 평화에 관한 일체의 내용은 어느 특정인과 단체만이 소유해 의논하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마치 남북문제는 자신들의 전유물로 인식하며, 자신들만이 정의고 자신들이 가는 길을 반대하면 이적행위처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자체가 저 이방들보다 어쩌면 더 악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중심적 생각의 발로로 인해 국민들은 둘로 갈라져야 하고 통일과 평화를 놓고 다투고 분쟁하게 되니 결국은 자신들이 통일과 평화를 가로막는 주범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남북문제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결과제는 ‘국민적 합의’다. 예를 들어 통일방안 등을 담은 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붙인다는가 하는 방식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낸 후, 그 안을 가지고 남북 협상테이블에 앉고 나아가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합리적이며 순리적 방법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함에도 그 길이 아닌 곁길(자기의 길)을 굳이 걷는다는 것은 분명 통일과 평화에 대한 진정성 즉, 과연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는 반대와 분열의 원인제공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본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같이 합리적이고 순리적인 방법은 북한은 물론 그 어느 나라와도 설득과 협상력을 높이는 훌륭한 무기가 될 것이고, 이를 이끌어 낸 지도자는 그야말로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역사임을 강조할 때, 그 빛은 발할 것이며 그토록 원하는 통일과 평화는 부지불식간에 우리 옆에 현실로 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을 새해벽두에 주문해 본다.

지구촌을 넘어 우주촌이 돼가는 즈음, 지척에 두고도 못가는 애타는 이산가족은 물론 남과 북의 백성들을 위해 참으로 거시적이며 거국적인 결단이 필요할 때다. 이 시대 지도자가 참으로 맞다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것이 숙명이다. 

백성이 곧 하늘이니 남북의 평화통일은 하늘의 뜻을 반드시 좇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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