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성폭력 후유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독교여성상담소) ⓒ천지일보 2018.6.29
다양한 성폭력 후유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독교여성상담소) ⓒ천지일보 DB

새해벽두부터 터진 ‘목회자 성범죄’ 문제

각 교단들, 예방‧대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아동‧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법적 처벌을 받은 목사 상당수가 여전히 목회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아동‧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목회자는 도합 79명이라고 7일 JTBC가 보도했다. 이 중 현재 복역 중인 목회자가 25명, 실형 선고를 받고 출소한 목회자가 23명이다. 집행유예는 28명, 벌금형은 3명이다. 복역 중인 25명을 제외한 54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 21명은 버젓히 목회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은퇴한 목사를 제외하면 이는 절반에 가까운 수치라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죄를 선고받은 목회자들은 범행 대상으로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노린 경우가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목회자나 목회자의 가족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에서 보호 중이었던 아동이 17명, 심지어 친딸이나 의붓딸 등 친족도 10명이나 됐다. 또 이웃 아동이나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찾은 경우도 14명으로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인이 목회자에게 위탁한 아동·청소년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경우도 9명에 달했다.

목회자들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범죄율이 상당하다는 점은 지난 2일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공개한 통계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교회 성폭력 사건 관련 상담 건수 총 86건 중 피해자가 사건 당시 미성년인 경우는 21건(24%)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4분의 1 정도였다. 가해자는 담임목회자(33건)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한 목회자와 교인 간 발생한 사건이 51건(59%)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전체 99건(중복 포함) 중 성추행 48건, 강간 27건, 성희롱 6건 등이으로 분류 됐다.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이 8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는 1건이었다.

목회자 성폭력 범죄는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강경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사이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다.

지난 2일에도 직장 내 성폭력으로 고통 받던 20대 여성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주겠다며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목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H치료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김모(55) 목사는 지난해 2월부터 3개월간 연구소 사무실 등에서 심리상담을 빙자한 성폭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목사는 ‘드라마치료’로 세간에 알려졌으며, 지상파와 종합편성프로그램에서 드라마치료 전문가로 활동했고, 대학에서 상담학 강의를 해 충격이 상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직장 내 성폭력으로 회사를 그만둔 이후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다 김 목사에게 상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편안한 상담을 위해선 숙박시설이 낫다’며 A씨에게 서울·부산 등지의 숙박시설을 예약하게 한 뒤 그곳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목사의 행위가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보고 지난 9월 그를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취약한 점이 있는 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이번 통계 자료를 발표하면서 “교회 성폭력 사건에는 가해자 개인의 일탈, 비행이 아니다”며 “교회 내 불평등한 권력 구조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교회 안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교회 각 교단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이달 3일 실행위원회를 소집하고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인천새소망교회 담임목사의 아들 목사의 전도사 시절 ‘그루밍 성폭력’에 대한 후속조치로 ‘목회자 성윤리 교육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실행위는 전국의 3개 권역별(서울‧서북, 호남‧중부, 영남)로 나눠 담임목사, 부목사, 기관 목사 및 교회 전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목회자 성윤리 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총회가 성범죄 관련 목회자를 처벌하는 청원안을 통과시켰고, 9월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가 정기총회에서 성폭력 예방과 처벌을 위해 헌법개정안을 청원했다. 예장통합은 교단 헌법 26조 ‘목사의 자격’에,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목사가 될 수 없게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내놨고, 통과됐다.

한신교육연구소(임정혁 소장)는 ‘교회 성교육 강사 및 기독교성윤리지도사 자격 과정’을 개설하고 이달부터 경기도 오산 연구소에서 진행한다.

각 교단들이 이처럼 예방책과 징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성폭력 목회자 발생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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