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낮에도 영하를 웃도는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얇은 천으로 된 텐트가 용산역 일대에 설치돼 있다. 용산역 ‘텐트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집을 구할 돈이 없어나, 시설을 거부한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모인 노숙인 주거구역이다. ⓒ천지일보 2019.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낮에도 영하를 웃도는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얇은 천으로 된 텐트가 용산역 일대에 설치돼 있다. 용산역 ‘텐트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집을 구할 돈이 없거나, 시설을 거부한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모인 노숙인 주거구역이다. ⓒ천지일보 2019.1.4

주변엔 박스·플라스틱·노끈뿐

“화장실도 간섭… 쉼터는 감옥”

주민간 물건 공유 ‘상부상조’

[천지일보=김빛이나, 임혜지 기자] “얼마나 춥냐고요? 하룻밤만 여기서 자보실래요? 한밤 중 기온이 뚝 떨어지면 정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낍니다. 그치만 이렇게 추워도 시설엔 절대 안 들어갈 겁니다. 거기 갇혀서 사느니 차라리 추워도 자유롭게 사는 것이 훨씬 낫죠.”

한낮에도 영하를 웃도는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얇은 천으로 된 텐트 속에서 나온 강윤석(가명, 51, 남)씨는 손에 쥔 핫팩을 주물럭거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명 용산역 ‘텐트촌’의 주민이다. 이곳은 집을 구할 돈이 없거나, 시설을 거부한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모인 노숙인 주거구역이다. 강씨를 비롯해 텐트촌 사람들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자유를 원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하나 다들 걱정이 많죠. 그런데 이 핫팩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이 텐트촌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이 있겠어요?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있겠어요? 오로지 난방은 이 손난로 밖에 없어요.”

강씨의 텐트 주변으로 여러 텐트가 보였지만 그의 말처럼 전기나 물이 공급될 만한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종이박스 묶음들, 비닐, 플라스틱 의자, 노끈 등 흡사 재활용품센터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모습 속에서 오로지 나무 사이에 연결된 빨랫줄의 옷과 텐트만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낮에도 영하를 웃도는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얇은 천으로 된 텐트가 용산역 일대에 설치돼 있다. 용산역 ‘텐트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집을 구할 돈이 없어나, 시설을 거부한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모인 노숙인 주거구역이다. ⓒ천지일보 2019.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낮에도 영하를 웃도는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얇은 천으로 된 텐트가 용산역 일대에 설치돼 있다. 용산역 ‘텐트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집을 구할 돈이 없거나, 시설을 거부한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모인 노숙인 주거구역이다. ⓒ천지일보 2019.1.4

강씨에 따르면 텐트촌에는 3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박스나 고철을 주워서 팔아 돈을 벌거나 구걸해 생활비를 마련한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저축은 상상하기 힘들다.

“밥을 어떻게 먹냐하면요. 여기 위(용산역)에 올라가서 ‘꼬지(구걸)’를 해서 먹어요. 가끔씩 노가다(일용직)도 뛰는데 그건 아주 드문 일이죠. 몸이 아파서 잘 못해요. 뜨문뜨문 돈이 생기니까 모으는 건 상상할 수도 없죠. 사실 여기 살면 돈이 거의 안 들어요. 화장실도 위에 가서 해결하고요. 빨래도 거기서 해 갖고 와서 여기 널어요.”

이곳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강씨는 사실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이 있다고 했다. 그 집에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데 눈치가 보여 함께 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동생 집도 있지만 가끔 찾아가 볼 뿐 동생에게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진 않았다고 했다. ‘쉼터’와 같이 노숙인을 받아주는 시설에도 여러 군데 들어가 본 적 있지만 그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거긴(쉼터) 답답한 생활이 제일 문제에요. 화장실 가는 것까지 간섭을 하는데 생활이 편하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다 그렇게 말해요. 추워서 벌벌 떨어도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좋죠. 쉼터는 감옥 같아요.”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낮에도 영하를 웃도는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얇은 천으로 된 텐트가 용산역 일대에 설치돼 있다. 용산역 ‘텐트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집을 구할 돈이 없어나, 시설을 거부한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모인 노숙인 주거구역이다. ⓒ천지일보 2019.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낮에도 영하를 웃도는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얇은 천으로 된 텐트가 용산역 일대에 설치돼 있다. 용산역 ‘텐트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집을 구할 돈이 없거나, 시설을 거부한 노숙인들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모인 노숙인 주거구역이다. ⓒ천지일보 2019.1.4

웬만한 시설에서 자신의 이름을 대면 모르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 ‘난동’을 부리고 나온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추위를 잊기 위해서 입에 달기 시작한 술도, 담배도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니 시설은 마치 ‘감옥’과도 같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씨와 한참 대화를 나누는 도중 텐트촌에 사는 또 다른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텐트촌 사람들은 전부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지만 종종 자신의 물건을 공유하며 상부상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가 들고 있는 핫팩도 이곳의 ‘아는 형님’이 준 것이라고 했다.

텐트촌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을 갖고 텐트촌 내부 정리나 외부인으로부터의 경계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외부인을 경계하는 이유는 텐트에 잠금장치가 없는 등 보안에 취약하다보니 좋은 방한용품이 도난당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빨래도 화장실도 외부로 나가 이용해야 하다 보니 밖을 나갔다가 와서 보면 물건이 없어진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따뜻한 집이 제일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 탓에 꽁꽁 언 손을 핫팩으로 녹여가며 인터뷰에 응했던 강씨는 이곳 주민들만 아는 철망으로 된 비밀의 문으로 기자 일행을 안내한 뒤, 다시 터덜터덜 텐트촌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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