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못쉬는 한반도②] 미세먼지로 갈 곳 잃은 아이들… “차라리 추위가 낫다”
[숨 못쉬는 한반도②] 미세먼지로 갈 곳 잃은 아이들… “차라리 추위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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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북적이던 놀이터·공원 ‘텅텅’

실내놀이터나 키즈카페 ‘북적북적’

WHO “폐 기능 저하될 수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시야를 답답하게 가리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발 황사에 초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숨쉬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호흡기를 넘어 몸속 곳곳에 침투해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는 성인보다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특히 취약하다. 연이어 ‘나쁨’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세먼지가 나날이 심각해지자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아이들 발길 끊긴 놀이터·공원

평소 서울 용산구에 있는 효창공원은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미끄럼틀 주위에서 술래잡기하고, 먼저 그네를 타려고 다투기도 했다. 옆에 마련된 벤치에는 부모들이 가져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은 여느 때와 다른 풍경이다. 이날 용산구의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54㎍/㎥)’으로 기록됐다. 미세먼지 탓에 한파가 꺾인 영상 4도의 비교적 포근한 날씨임에도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발길이 끊긴 놀이터와 운동장에는 쓸쓸한 바람만 맴돌았다. 다른 놀이터나 공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54㎍/㎥)’을 기록한 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은 평소와 다르게 텅 비어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키즈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천지일보 2019.1.7
미세먼지 ‘매우 나쁨(54㎍/㎥)’을 기록한 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은 평소와 다르게 텅 비어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키즈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천지일보 2019.1.7

 

10여 년째 효창공원에서 건강을 위해 운동 중인 김화순(78, 여)씨는 “원래 이 시간대에는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이 오는데 미세먼지가 심해진 이후 눈에 띄게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회상했다.

5, 6살 남매를 둔 송영희(37, 여, 서울 용산구 효창동)씨는 “미세먼지가 아이들에게 특히 안 좋다고 하지만 특별한 미세먼지 방지 대안이 없어서 외출 시 마스크를 사용하고,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튼다. 나쁜 공기를 마시게 해서 미안할 정도”라며 “엄마들끼리는 차라리 미세먼지보다 추운 게 낫다고 말한다. 조금 추워도 놀이터에서 노는 건 가능하지만 미세먼지는 견딜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실내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송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놀이터나 공원에 나갈 수 없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계속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하원 후에는 키즈 카페나 실내놀이터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서울 송파구의 한 키즈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모인 부모들은 수다를 떨었고 아이들은 볼풀장 등 놀이기구를 이용하며 키즈 카페를 뛰어다니기 바빴다. 6살 딸을 둔 김소영(30, 여)씨는 “미세먼지를 피해 키즈 카페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끼리 모임이 있을 정도”라며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친구들과 슬라임 카페를 가는데 요즘에는 슬라임에서 독성물질에 환경호르몬까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키즈카페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계절과 관계없이 1년 내내 기승을 부리면서 키즈 카페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평소보다 30% 정도 더 많은 손님이 찾고 있으며, 매출도 더 늘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주간과 전주 동기 대비 키즈 카페 매출은 18%나 증가했다. 반면 국내 여행·레저 업종들은 매출이 많이 늘어나는 봄철임에도 13% 감소했으며, 국내 여행 전체 매출 역시 7% 정도 줄었다.

4일 오후 미세먼지를 미세미세 앱으로 캡처한 사진. ⓒ천지일보 2019.1.7
4일 오후 미세먼지를 미세미세 앱으로 캡처한 사진. ⓒ천지일보 2019.1.7

 

◆우리나라 청소년, 日의 2배 가까운 미세먼지에 노출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WHO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2014년 전 세계 사망자가 700만명에 이를 정도다. 호흡기로 들어간 미세먼지는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등을 유발한다. 또 발암물질이 폐포와 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어 치매나 동맥경화증도 유발할 수 있다.

면역체계가 완성돼 있지 않은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민감한 영향을 끼친다. 미세 먼지가 일으키는 체내 염증에 취약한 어린이의 경우 키와 폐 등 장기의 발달도 저해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만 14세 이하 청소년들은 두 번째로 많은 초미세 먼지(PM2.5)에 노출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WHO가 발표한 보고서(2016년 기준)에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1㎥당 24㎍에 이루는 초미세 먼지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는 WHO에서 권고하는 초미세먼지(연평균 10㎍/㎥ 이하)를 훨씬 웃돌며, 이웃 나라인 일본 청소년들의 노출량(11.4㎍/㎥)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WHO는 보고서에서 “어린 시절 미세 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폐 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폐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어른이 돼서도 만성 폐 장애에 시달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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