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서 공개된 국보 제294호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천지일보 2019.1.5
전시에서 공개된 국보 제294호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천지일보 2019.1.5

3.1운동 100주년 간송특별展
국보 6점과 보물 8점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만 4580원입니다. 다음 가격 없습니까? 1만 4580원.” 땅땅땅!

1936년 어느 날, 몇 가지 물건들의 경매가 빠르게 진행됐고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경매의 태풍의 눈과 같은 물건이 등장했다. 여흥마저 느껴졌던 경매장. 어느새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가격이 쏟아져 나왔고 가격은 8천원까지 올랐다. 이때는 조선의 도자기가 2천원 이상이 팔린 적이 없던 시절이다.

잠시 가격 상승이 멈추는 듯 침묵이 흘러나왔다. 이때부터 야마나카 상회와 간송 전형필의 싸움이었다. ‘1만원, 1만 4530원.’ 가격은 계속 올랐다.

전형필은 농부에게 발견돼 참기름병에서 출발해 몇몇의 수장가들을 거쳐 만나게 된 병이 분명 인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드시 보화각에서 전시해 우리 민족이 대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1만 4580원!” 전형필은 높은 가격을 불렀다. 그리고 이 병을 얻게 됐다.

이렇게 우리에게 돌아온 이 병은 바로 국보 제294호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이다. 목이 길고 몸체가 달항아리처럼 둥그런 유색의 병에 국화와 난초를 양각하고 안료를 사용해 청색, 갈색, 홍색으로 장식한 백자. 조선백자에서 사용되는 모든 안료와 다양한 조각 기법이 이처럼 완벽하게 구현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소중한 유물이었다.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제공:서울디자인재단) ⓒ천지일보 2019.1.5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제공:서울디자인재단) ⓒ천지일보 2019.1.5

◆기와집 20채 값 고려청자 공개

이와 관련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최경란)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공동 주최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展, 대한콜랙숀’을 개최했다.

전시는 우리 문화재 수호자로 알려진 간송 전형필이 보물과 국보를 구하기 위해 보낸 긴박했던 시간 속 사건들과 삼일운동 중심에 있던 민족사학을 위기에서 구해내 교육자로 헌신한 그의 이야기들이 간송의 수장품과 함께 펼쳐졌다.

전시에는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을 포함한 국보 6점과 보물 8점이 공개됐다.

국보 중에는 1935년 일본인 골동상 마에다 사이이치로에게 기와집 20채 값에 해당하는 거금 2만원을 주고 구입한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걸작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도 공개됐다. 이는 짧고 좁은 목과 반구(盤口)형 구연부,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에서 굽까지 내려오는 유려한 S자 곡선을 지닌 전형적인 고려 매병이다.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도 전시됐다. 이는 1937년 일본에 살면서 당대 최고의 청자컬렉션을 자랑하던 존 개스비라는 영국인 변호사에게 일괄 인수한 20점의 도자 작품 중 하나로 고려 상형 청자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독립선언서 간송 필사본 (제공:서울디자인재단)ⓒ천지일보 2019.1.5
독립선언서 간송 필사본 (제공:서울디자인재단)ⓒ천지일보 2019.1.5

◆독립선언서 필사본도 눈길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눈에 띄는 것은 ‘독립선언서 간송 필사본’이었다. 이는 해방 후 보성학교 학생들에게 낭독해 주기 위해 직접 쓴 독립선언서로서 보성에 대한 애정과 우리 미래를 위한 교육적 사명감을 느낄 수 있는 간송 전형필의 유작이다.

아울러 전시에서는 고려청자, 조선백자, 추사의 글씨, 겸재의 그림이라는 유물만이 아니라 수년 공을 들인 뒤 남모르게 도쿄까지 가서 구해온 고려청자의 이야기와 친일파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한 줌의 재로 사라질 뻔한 겸재정선의 화첩도 공개됐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시는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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