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미국 주교들에게 서한 보내

“교회문제, 새롭게 접근해야”

2013년이래 보·혁 대립 지속

가톨릭 분열양상 심각한 수준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추문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 가톨릭교회 주교들이 단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각) 교황이 미국 주교들에게 보내는 8쪽짜리 분량의 서한에서 성학대 스캔들을 둘러싼 내부 논쟁은 끝나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서한은 미국 주교들이 성학대 스캔들에 대해 묵상하기 위해 7일간의 피정을 시작하는 날 공개됐다.

교황은 이어 주교들이 화해의 길을 찾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비난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뢰성 회복은 하나 된 교회의 열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또 “참된 교회는 신자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분쟁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에서 발생한 논란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교황은 교회의 권력 남용과 성학대, 이 문제가 처리되는 형편없는 방식에 따른 결과로 하느님의 충직한 사람들과 교회의 사명이 계속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캔들을 다루는 방식은 교회 내부의 운영과 사고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에 대해 또 다른 매체인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다음 달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 주교 회의를 앞두고 교회의 단합을 강조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립 양상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계속해서 지속돼왔다. ‘정통주의자’로 불리는 바티칸 보수파는 진보 성향의 교황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지난해 말에는 보수파 주교들이 ‘교황이 교회 내부의 성폭력 문제를 외면했다’고 비판에 나섰다. 이에 교황 측근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교황은 당시 이와 관련해 사제들이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학대 문제를 다시는 은폐하거나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달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 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한편 가톨릭교회는 최근 미국을 비롯해 호주, 칠레, 독일, 네덜란드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들이 과거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만 690여명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및 성폭행 범죄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9월에는 독일의 성직자 1670명이 어린이 가톨릭 신자 3677명을 68년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13억명에 육박하는 전세계 가톨릭 신자의 정신세계를 관할하는 바티칸의 내부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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