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연합뉴스) 20일 경기도 군포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액체괴물을 보여주고 있다.
(군포=연합뉴스) 20일 경기도 군포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액체괴물을 보여주고 있다.

“시판 액체괴물, 30개 중 25개에서 붕소 기준치 초과”

학부모들은 패닉 “다 버렸다… 이 정도로 나쁠줄 몰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많은 어린이들이 한 개씩 소유하고 있을 만큼 인기를 받고 있는 이른바 ‘액체괴물’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검출됐다. 액체괴물은 젤리처럼 끈끈하고 고무처럼 자유롭게 늘어나는 성질로 아이들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장난감이다. 학부모들은 “액체괴물이 독성물질일 줄은 몰랐다”며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최근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액체괴물 내의 붕사, 붕산염 등 붕소 화합물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30개 제품 중 무려 25에서 붕소가 유럽연합(EU)기준치를 초과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 제품은 붕소 화합물 함량이 2278㎎/㎏에 달해 EU 기준치(㎏당 300㎎)의 7배를 넘었다. 25개 제품의 붕소 화합물 평균 함량은 1005±626㎎/㎏으로 기준치의 3배를 웃돌았다.

붕소 화합물은 생식ㆍ발달 독성이 있어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식독성 물질에 과다 노출되면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발달독성 물질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체괴물에서 붕소가 검출된 것이 더 위험한건 바로 액체괴물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액체괴물은 주로 아이들이 손으로 길게 늘어뜨리며 갖고 노는 완구인데, 액체괴물을 만진 후 곧바로 간식을 먹는 등 주의하지 않으면 붕소 화합물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놀이로 배우는 신나는 과학세상 퓨처사이언스 과학완구’ 4종 중 ‘끈적이 액체괴물 만들기’. (제공: ㈜토이트론)
‘놀이로 배우는 신나는 과학세상 퓨처사이언스 과학완구’ 4종 중 ‘끈적이 액체괴물 만들기’. (제공: ㈜토이트론)

액체괴물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월과 10월 액체괴물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제품들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들 리콜 제품이 이후에도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에서 스스로 만드는 액체괴물 ‘슬라임’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액체 풀, 물, 소프트렌즈 세척액, 소다(탄산수소나트륨)를 재료로 만드는 슬라임은 붕소 대신 소프트렌즈 세척액을 사용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쇳가루, 구슬, 색소 등 갖가지 재료까지 섞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학부모들은 액체괴물에서 유해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혼란에 빠졌다. 7살 딸을 키우고 있는 전영은(45, 여, 경기도 이천)씨는 “아이들이 액체괴물을 좋아해 집에 많이 있었는데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버렸다”며 “가격이 저렴하니까 건강에 좋지 않은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유해할 줄 몰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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