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북파 간첩을 남파 간첩으로 둔갑시켜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의 주모자로 발표한 국가가 피해자 및 유족에게 34억 원대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부장판사 이승호)는 북한 간첩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거나 옥살이를 한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 고(故) 도예종 씨의 유족 신모 씨 등 10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약 81억 원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혁당사건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적인 불법 구금과 가혹한 고문 등이 이뤄졌고, 유죄 판결을 받은 다음 날 사형이 집행돼 재심절차 등 권리구제 수단이 원천 봉쇄됐다”며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유족들이 이 사건으로 30여 년간 사회 불순 세력으로 힘들게 살아온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부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인정, 전체 청구액 80억 원 중 34억 9000만 원만 국가가 배상하도록 했다.

‘인혁당사건’은 지난 1975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조종하고 국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23명이 구속 기소돼 이 가운데 8명에게는 사형, 15명에게는 무기징역 및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사형 선고를 받은 8명은 확정 판결 뒤 불과 20여 시간 만에 형이 집행됐다.

앞서 법원은 2007년 1월 23일 인혁당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사형이 집행됐던 우홍선 씨 등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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