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첫 조사를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 동부지검 청사에 도착한 김 수사관은 미리 준비한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김 수사관은 상부의 ‘지시’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그 지시대로 성실히 소임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무를 하던 중 공직자에 대해 폭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찰하고 혐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 감찰하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 자신이 그 피해자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수사관은 동시에 청와대 윗선의 측근 비리에 대한 첩보를 보고하면 모두 직무를 유기하는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수사관의 말대로만 본다면 청와대 민정팀의 행태는 정말 분노를 금치 못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그 못된 청와대 권력과 닮은꼴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과 그 주변의 비위와 부패에는 눈 감고 상대측의 비리에 대해서는 사생활까지 탈탈 털었다면 이미 청와대 민정팀은 그 자체가 적폐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에 다름 아니다. 시비(是非)를 가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뜻이다. 게다가 김 수사관의 그간 언행에도 흠결이 너무 많다. 이미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 수사관의 말을 온전히 신뢰하기에는 그 진정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주장과 주장이 충돌할 때는 무서우리만큼 냉정을 찾고 그 주장의 ‘팩트’에 집중해야 한다. 자칫 ‘장사꾼’이 되거나 아니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은 더 냉철해야 한다. 자칫 여론을 분열시키고 진실을 은폐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우 수사관의 문제도 비록 청와대 권력과 직결돼 있지만 그 팩트는 ‘주장’이 아니라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내용이다.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일방적 주장에 편승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김태우 수사관은 이미 정쟁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한쪽은 ‘범죄자’, 다른 쪽에서는 ‘의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특검수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아직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았는데 정치권이 앞서도 너무 앞서고 있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몰고 가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정치권은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을 자제하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부족하다면 국민이 먼저 특검수사를 외칠 것이다. 여야 모두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서 궁극적으로는 국익과 공익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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