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박모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박모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환자 2만여명, 퇴원 후 치료·관리 못 받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를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박모(30)씨가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허술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가 뭇매를 맞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함에도 관리가 허술해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범행을 저지른 박씨는 2015년 심한 조울증을 앓아 1년 반 동안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후 오랜 기간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사건 당일 외래진료를 받지 않던 박씨가 처음 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A씨(58)는 지난달 25일 인천 동구 한 공원 인근 도로를 지나던 행인 2명의 목덜미와 얼굴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조현병 증상으로 16년 간 정신병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그는 혼자 지내며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며, 약을 먹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울증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의 일종이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적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비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 수는 50만명에 달하며, 조현병 질환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지난 2017년 기준 10만 7662명이다.

환자 수는 ▲2012년 10만 980명 ▲2013년 10만 2308명 ▲2014년 10만 4127명 ▲2015년 10만 6304명 ▲2016년 10만 6942명 ▲2017년 10만 7662명 등 매년 늘고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관리되진 않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7년 공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 4152명 가운데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에 들러 진료를 받은 환자는 63.3%(3만 4304명)로 2만여명이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정신적 질환이 충동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환자 측에서 거부하면 중단되는 관리 시스템이다.

현재 중증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사후 관리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재활시설에서 맡고 있는데, 센터에서 아무리 환자에게 치료와 상담을 제공하려고 해도 환자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환자 본인이 괜찮다고 한다면 센터 쪽에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중증 정신질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외래치료 명령을 내리거나 퇴원 사실을 지역 센터에 알리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오태윤)는 입장 발표를 통해 “진료실, 입원실, 응급실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의료진의 안전은 보장돼야 한다”며 “의료진이 생명 위협을 느끼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양질의 진료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 “의료와 관련된 폭행은 동일하게 ‘모든 공간’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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