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시민이 ‘혼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시민이 ‘혼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1인 가구 500만… 나홀로족 전성시대

기업, 나홀로 키워드에 주목… 1인 메뉴 활성화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돈까스 식당의 점심시간, 식당엔 ‘혼밥’을 하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매장 내 10석 정도의 좌석에 앉은 손님 중 혼자 온 손님이 7명이었다. 대부분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 동영상을 시청하며 묵묵히 밥을 먹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박현진(25)씨는 하루 세끼 모두 혼자 먹는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이다. 분식집부터 라멘집, 태국음식점, 심지어 ‘혼밥’의 최고난도로 꼽히는 고깃집이나 보쌈집까지 안 가본 식당이 없다.

박씨는 “일하다 보면 사람들과 부딪히게 되는데 밥 먹는 시간만큼이라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며 “혼자 먹으면 천천히 먹어도, 급하게 먹어도 누군가에게 터치를 받지 않아도 되니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신촌 유명 ‘1인식당’ 집 앞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기모(28, 여)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한지 5년째다. 그는 인근 여성 전용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유씨는 “늘 혼자 있다 보니까 어느샌가 혼자 밥 먹는게 편해졌다”며 “예전엔 대다수 식당이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을 받아 혼자 식당에서 밥 먹기 힘들었었는데, 최근엔 1인식당이 많이 늘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1인 가구 500만 시대다. 특히 올해에도 위의 박씨, 유씨와 같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나홀로 트랜드’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1인 가구는 한국 사회에서 이미 수치로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인 가구는 총 561만 8677가구로 전체 가구의 28.6%였다. 10집 중 3집 꼴이다. 2000년 222만 가구(15.5%)에서 2017년 562만 가구로 152.6%나 급격히 증가했다. 2045년에는 809만 가구로 증가, 전체 가구의 약 38%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나홀로족’이 증가하면서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을 넘어 혼자 하는 문화생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최근엔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밥(혼자 밥먹기)’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을 가다)’ ‘혼행(혼자 여행)’ ‘혼클(혼자 클럽)’등의 신조어까지 생겼다.

실제 이날 찾은 신촌의 한 코인 노래방, 한 평 될까 말까한 작은 방에선 혼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코인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채연(24)씨는 “100명의 손님이 온다면 40명 정도는 혼자 오시는 분”이라며 “한번 오면 보통 20분에서 30분 동안 부르고 간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코인노래방을 찾은 한 시민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코인노래방을 찾은 한 시민이 홀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나홀로족의 증가에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과거 혼자서 무엇인가 한다는 것은 친구가 없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여가생활 등을 혼자 즐기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났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진아(24, 여)씨도 “예전에는 ‘혼자 논다’고 하면 왠지 친구가 없는 것 같아 보여서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혼자서 무엇을 하든 눈치가 안보여서 좋다. 혼자서 노는 게 친구랑 노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홀로 트렌드’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 역시 나홀로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부터 1인 메뉴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메뉴, 1인분 음식 배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만원 이하 주문 수는 전년에 비해 15%가량 증가했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들의 필요에 따라 이번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와 가맹업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편리하고 좋은 1인 가구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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