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9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녹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방영했다. 신년사는 9시부터 32분간 발표됐고 경제총력노선을 강조했다. (출처: YTN 생방송 캡처) 2019.1.1
1일 오전 9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녹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방영했다. 신년사는 9시부터 32분간 발표됐고 경제총력노선을 강조했다. (출처: YTN 생방송 캡처) 2019.1.1

김정은 “美 대통령 언제든 마주 앉을 준비돼”

트럼프 “경제적 잠재력 가진 金 만남 고대해”

전문가, ‘북미대화·비핵화’ 발언엔 긍정 평가

“美 상응조치 늦어지면 답보상태 지속” 지적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새해 들어서면서 지난해 교착국면을 이어가던 북미 대화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일출처럼 새롭게 시작되는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지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있다”고 밝히며 핵·미사일이 아닌 평화와 경제 관련 발언을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도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것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과 만남을 고대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북미대화는 지난해 11월 6일 중간선거일을 기점으로 8일 예정된 북미 고위급회담이 취소되면서 공식적·공개적으로는 교착국면을 맞이했다. 그나마 북미는 물밑접촉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12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에서 미·중 정상회담 이후 귀국길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은 1월이나 2월 열릴 것 같고, 장소는 3군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성탄 전야인 2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한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보고를 받은 후 트위터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한다”라는 말을 적었다. 이는 물밑접촉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는 것으로 관측됐고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이를 뒷받침했다고 평가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일을 하는 내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고가 있었다.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고대한다(Christmas Eve briefing with my team working on North Korea – Progress being made. Looking forward to my next summit with Chairman Kim!)”고 작성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2018.12.27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일을 하는 내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고가 있었다.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고대한다(Christmas Eve briefing with my team working on North Korea – Progress being made. Looking forward to my next summit with Chairman Kim!)”고 작성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2018.12.27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된 부분은 북핵문제였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더 생산·시험·사용·전파하지 않을 것을 내외에 선포하고 실천적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향후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서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정보분석관은 이러한 발언에 대해 “북한의 관련 언급 중 4반세기 만에 나온 첫 선언”이라며 “미국이 진의를 잘 분석할 것이고 이는 협상진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WSJ에서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 발언은 북한이 핵물질 생산 동결과 핵무기와 핵물질의 타국 판매 금지에 동의하는 데 준비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긍적적인 평가를 했다.

다만 그는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에 미치지 못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조치들이 성실하게 이행된다면 중요한 과도적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비핵화와 대화 의지를 언급하면서도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신들은 이 부분을 강조하며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려 들고 제재·압박을 가한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전략자산(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하지 말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기존 핵무기 폐기나 핵시설 목록 제출 등 미국의 요구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뉴욕타임스(NYT)에서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행간(핵심)을 좀 더 명료하게 알게 됐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 이익을 누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논평에서 “북한이 핵실험 중단을 넘어서 핵무기 생산도 중단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계속해 2020년에 100개를 보유한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재·압박 지속 시 새로운 길 찾겠다’는 발언에 대해서 정 본부장은 “지난해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측이 상응조치의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미국과 대화와 공정한 협상에 방점이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에 어떠한 상응조치를 취할지 제시하지 못하면 북미대화는 지루한 답보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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