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천정부지로 뛰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한 해였다.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비롯해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개편, 9.13대책 등 강력한 규제책 내놓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시장과의 힘겨루기가 팽팽했다. 하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눈치싸움에 돌입해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9년 기해년을 맞이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어떠한 희망을 품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개업자가 희망한 새해 부동산시장은

 

정부, 시장 순기능에 맡겼으면

다함께 잘사는 세상 오길 소망

‘대출규제’ 풀렸으면 하는 바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저희야 거래를 많이 하면 좋은데 부동산 경기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폭등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019년 황금돼지의 해(기해년, 己亥年)를 맞아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를 희망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전반적으로 보합세일 거라고 보고 있다”며 “저렴한 매물들 위주로 거래가 되겠지만 오른 금액의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는 최근 1년 동안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다. 분당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0월까지 21.9%나 치솟았다. 이는 서울 25개 구 전체의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 14%를 훨씬 웃돈 것이다.

서울 집값 고공행진을 주도한 재건축 단지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인근 중개업소 K대표는 자신이 부동산중개업자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현장에 있어보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응책이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모두 피곤하게 하고 있다”며 “좀 더 시장의 순기능에 맡기는 쪽으로 정부가 인내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K대표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 등록 시 조세 혜택을 주는 것과 관련해 “없는 사람들한테 불편이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그런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7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많이 내렸다. 은마아파트는 9.13대책 전 18억 5000만원(전용 76㎡)까지 거래됐지만 현재는 16억원 안팎으로 호가가 내려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출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에 대한 공포가 강남 재건축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K대표는 “사겠다는 수요는 상존하지만 매도하려고 하는 사람은 구경하지 못할 정도”라면서 “시장은 아직도 적정한데가 있으면 사고자 하는 에너지는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남의 중개업소 L대표는 “바라는 것은 주택시장이 폭등하지 않고 안정된 가운데 정상적으로 가는 것”이라며 “양극화로 집 없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누구라도 같이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달리 지방의 아파트값은 2016년에 이어 3년 연속 하락하며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 경우 지역 경제 침체와 공급 물량 증가로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 2016년 -0.29%에서 지난해 -0.30%에 이어 작년에는 2.79%가 하락하는 등 해마다 낙폭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 경기의 악화로 이들 산업이 집중돼 있는 경남 거제와 울산, 포항, 김해 등의 집값 하락폭이 극심했다.

경남 거제의 중개업자 A대표는 “일단 조선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며 “조선 경기를 살리려고 하는 기사를 많이 봤다.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조선소의 인원 감축으로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부동산 시장도 침체돼 있다”며 “조선소가 올해 수주를 많이 해서 인원이 많이 유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울산의 부동산 중개업자 B대표는 작년의 상황이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며 체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전반적으로 악재들만 있어서 최악이었다”며 “매수와 매도가 거의 없었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B대표는 이어 “조선산업이 3~4년 전에 엄청난 호황이었고 건설사들이 당시 분양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그 물량들이 지금 입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기 신도시에 낙점된 과천도 올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 과천의 한 중개업자 D대표는 “요즘 매매가 거의 없다. 3기 신도시가 생긴다고 해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은 올해 초 기본계획 착수에 들어가 2021년 착공이 예정돼있다”며 “기존 아파트 거래보다 청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규제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현재로선 암울하다”면서 “실수요자이거나 급매물이 간간히 나올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마저도 임대사업으로 전환하거나 급매물도 거의 나가 새해 매매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D대표의 설명이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 45명 중 29명이 ‘12.19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과 관련한 유망 투자지역으로 과천을 선정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