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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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조의 동물, 복 근원으로 여겨
농경민족, 옛날부터 돼지 길러
다양한 민속 얽힌 이야기 존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황금돼지띠의 해다. 돼지는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열두 번째로, 방향으로는 북서북, 시간으로는 21~23시를 상징한다. 예로부터 돼지는 길조의 동물로 인식됐고 부를 가져다주어 재산과 복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하늘에 바쳐지는 신성한 동물

우리민족이 돼지를 기른 것은 오랜 옛날부터다. 농경민족인 우리나라는 농사를 지어왔을 때부터 돼지를 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문헌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따르면 “부여에는 ‘저가’라는 벼슬이 있고, 돼지를 많이 길러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가죽은 옷을 만들어 입었고, 기름을 몸에 발라 추위에 대비했다. 또한 제주도까지 돼지를 길렀다고 한다”고 적혀있다.

돼지는 하늘에 제사 지내는 신성한 동물이었다. 고구려 때는 하늘에 제물로 바치는 돼지를 교시(郊豕)라고 해서 특별히 관리를 두어 길렀다. ‘고구려 본기’에는 “해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돼지를 제물로 썼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고구려 제2대 유리왕19년(기원전 1년) 8월의 일이다. 고려 때는 왕건의 조부 작제건이 서해용왕에게서 돼지를 선물 받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멧돼지를 납향(臘享)의 제물로 썼다. 오늘날 무당의 큰 굿이나 집안의 고사, 마을 공동체 신앙에서도 돼지를 희생으로 쓰고 있다.

원시사회로부터 두려운 존재였던 멧돼지는 샤먼을 통해 ‘악(惡(악))의 화신’에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거듭난다. ‘서유기’에 나오는 인격화된 악신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하여 궁궐의 잡상에 등장하는 선한 수호신이 된다.

◆고구려 도읍지 찾아줘

그런가 하면 돼지는 도읍지의 터를 찾아주는 동물이었다. 유리왕 21년(서기 2년) 3월, 제단에 바쳐지는 돼지가 줄을 끊고 도망치는 일이 벌어졌다. 한 신하가 도망치는 돼지를 쫓아갔고 국내 ‘위나암’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돼지를 붙잡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산수가 빼어났다. 이에 신하는 유리왕에게 가서 “제가 돼지를 잡으러 간 국내 위나암은 산수가 깊고험하며 농사짓기에 좋고, 사슴·물고기들이 많았습니다. 대왕께서 이곳으로 도읍을 옮기시면 백성들이 살기좋을 뿐더러, 전쟁의 걱정도 면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아뢴다.

유리왕이 이 말을 듣고 국내 위나암을 둘러봤고 이후 유리왕 22년(서기 3년) 10월도읍지를 졸본에서 국내 위나암으로 옮긴다. 돼지가 찾아준 이 도읍지 터에서 고구려는 424년 동안 동아시아의 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삼국지’와 ‘삼국유사’에서 돼지를 신통력(神通力)을 지닌 동물로 신성시했다. 고구려의 교시(郊豕), 삼월삼일 하늘과 산천의 제사, 12월 납일의 제사, 동제와 각종 국거리, 고사의 제물로 의레 돼지 머리를 가장 중요한 제물로 모셨다.

◆돼지에 얽힌 속담들

보통 ‘돼지’ 하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속담을 떠올린다. 흔히 뚱뚱한 사람을 보고 ‘뚱돼지’라고도 하며, 귀엽게 ‘꽃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도 있다.

돼지와 관련된 민속은 참으로 많다. ‘돼지고기는 새우젓과 같이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고, 고사를 지낼 때는 돼지머리를 상 위에 올려놓고 장사가 잘되기를 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천 년 전에 돼지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는 신화에서 신통력(神通力)을 지닌 동물, 제의(祭儀)의 희생(犧牲), 길상(吉祥)으로 재산(財産) 이나 복(福)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을 상징한다. 그런 반면에 속담에서 대부분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르며 우둔한 동물로 묘사되는 모순적 양가성을 지닌 띠동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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