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 월야면에 있는 세화 농장에서 새끼 돼지들이 뛰어놀고 있다. (제공: 세화 농장) ⓒ천지일보 2019.1.1
전남 함평군 월야면에 있는 세화 농장에서 새끼 돼지들이 뛰어놀고 있다. (제공: 세화 농장) ⓒ천지일보 2019.1.1

위생 위해 농장 관리자만 출입
악취 인한 민원 해결이 고민
현대시설, 스마트폰으로 관리
현대화시설 갖추는 것 추천해

[천지일보 전남=이영지, 김도은, 김미정 기자] “돼지농장이 더럽다고요? 천만에요. 저희는 돼지를 사람처럼 키우고 있습니다.” 

전남 축산농업의 일번지인 나주. 나주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이민철(가명)씨는 돼지 축산사업의 성공비결을 ‘철저한 위생관리’로 꼽았다. 

지난 2018년은 농가들에겐 힘든 시기였다. 극심했던 불볕더위로 돼지, 오리, 닭 등이 집단 폐사하는가 하면 악취로 인한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씨는 폭염이나 악취 문제는 최신 시설을 갖추고 주인이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새해에도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지혜롭게 헤쳐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씨가 운영하는 농장은 나주의 작은 산 아래, 마을과 떨어진 외딴곳에 있었다. 농장에 들어선 기자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난 건 차량 소독기였다. 이어 다양한 소독 절차를 거쳐보니 위생에 만전을 기해 돼지를 키우는 농부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곳 농장은 HACCP SYSTEM(안전관리인증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선정됐다. 농장 입구에 부착된 안내문에는 ‘차량 소독 필수 및 무단침입 삼가’가 적혀있었다. 

기자가 공중전화부스만 한 소독시설에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사이 1~2분 정도 살균과정이 진행됐다. 또 축사 앞에 마련된 샤워실에서 녹색 일회용 전신 방역복과 검정 장화를 신어야 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시에 있는 돼지 농장의 사료 저장 통의 모습. 돼지의 성장 시기에 따라 먹는 사료가 다르다. ⓒ천지일보 2019.1.1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시에 있는 돼지 농장의 사료 저장 통의 모습. 돼지의 성장 시기에 따라 먹는 사료가 다르다. ⓒ천지일보 2019.1.1

이씨는 “겨울은 특히 돼지 유행 설사(PED)와 구제역의 유행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주에 돼지 수백 마리가 태어났는데 새끼돼지와 산후 어미돼지가 잘못되면 우리 축사는 한마디로 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도 방역을 철저히 하지만 이런 시설(자외선 살균 소독기 등)은 돼지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라며 “돼지도 사람과 똑같다. 편견을 가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청결함과 소독·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저희 직원들도 매일 샤워를 4번씩하고 특히 중요한 시기는 외출까지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사 내부는 분만실, 수유 돼지실, 종자 돼지실 등 층마다 방이 구별돼 있어 종합병원을 연상케 했다. 분홍빛이 도는 이제 막 태어난 새끼 돼지를 만나기까지 산모가 막 아기를 낳아 신생아실 밖에서 돼지를 본 느낌이었다. 

지난 2018년의 폭염을 연상하며 올해 폭염과 악취에 대해 이씨는 “폭염엔 쿨링 패드 등 냉방시설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한계가 있다. 부지런해야 하고 액비처리시설과 악취저감시설도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돼지 생존율, 성장상태 및 출하량 등 곧 수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도 나이마다 먹는 음식이 다르듯 돼지도 사료가 중요하다. 그는 “사료는 오래 보관하지 않고 정확한 날짜에 맞춰 채우게 된다. 면역력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사료는 필수”라며 “단계별로 이유식 먹이듯 좋은 사료를 먹이면 출하도 빨라지고 별도의 영양제를 먹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새해 계획에 대해 그는 “2019년에는 PSY(연간 총 이유 두수), MYS(연간 총 출하 두수)를 늘리기 위해 방역과 위생관리를 더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화시설을 갖춘 전남 함평군 세화 농장. (제공: 세화 농장) ⓒ천지일보 2019.1.1
현대화시설을 갖춘 전남 함평군 세화 농장. (제공: 세화 농장) ⓒ천지일보 2019.1.1

함평군 월야면 문화로에 있는 세화 농장도 찾아봤다. 세화 농장도 앞서 취재한 나주의 농장처럼 위생을 강조했다. 

정계천 대표는 “축사 근처는 외부인은 아예 들어갈 수 없다”며 “겨울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화 농장이 다른 점이 있다면 축사가 가까이 있는데도 악취가 나지 않았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농장은 현대화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마이스터고인 농업고등학교를 나왔다는 그는 돼지를 키운 지 30년이 넘은 베테랑이었다. “보통 농장을 운영하면 축사를 늘리는데 현대화시설을 갖추는데 더 초점을 뒀다”며 “이로 인해 악취 등의 민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폭염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우리 농장은 지하 채널 및 슬러리 피트를 통해 외부 공기가 들어와 중앙배기채널(냄새저감시설)을 통해 환기되는 시스템”이라며 “지하로 들어오는 공기 외에는 옹벽(두께 5m정도)으로 인해 외부 공기가 차단돼 있어 냄새가 덜하다. 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여름 폭염에도 축사 내부는 30도를 웃돌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장 운영 중 어려움에 대해 묻자 정 대표는 “모든 시설이 자동화 시설로 돼 있어 저녁이면 퇴근해 스마트폰으로 관리하다 보니 큰 어려움은 없다”며 “보통 농장들은 돼지를 더 키우려고 확장하지만, 현대화시설을 갖추는 것이 품질 좋은 돼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니 현대화시설을 갖추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새해 다짐에 대해 묻자 그는 “돼지를 키우면서 가격 때문에 힘들진 않았지만, 새해에는 돼지 가격이 좀 올랐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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