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 아침이 밝았다. 두 전직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무술년의 기운은 그 관성(慣性)으로 인해 미련을 못 버리며 잠시 동안 계속되겠지만 분명 그 기운은 사라져 가리라. 

그래서일까. 역리학자 한가경이 주역으로 풀어본 기해년의 한반도 운세는 한마디로 기대된다. 이 한반도는 ‘장생지(張生地)’에 해당되며, 이는 긴 생명의 땅으로 나무가 땅을 비집고 뚫고 올라온 상태라 한다. 즉, 어둠을 깨고 올라온 천지만물이 생동하는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해년의 새 기운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었다. “어둠을 깨고”라는 운세가 말하듯, 지리할 만큼 답답하고 참담한 무술년 아니 그 이전의 역사가 있었기에 찾아온 새 기운일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정권을 적폐로 간주하면서 자신들만이 정의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었으며, 그 프레임은 다시 선민의식으로 갈아타며 차원이 다른 신 적폐를 양산하다 결국 스스로 멘붕이 되어 출구를 못 찾고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1야당 역시 구심점도 없으며, 소위 ‘보수’의 개념도 가치도 정립되지 않은 채 또 대안 정당이 되지 못한 채 계파 간의 갈등과 이합집산을 뽐내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대급부의 요행을 기다리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시험하고 있다.

여당 역시 진보의 개념도 가치도 실종된 채 여당이란 기득권에 취해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면서 방향을 잃었으니, 그저 청와대의 거수기며 호위무사며 그들을 기르는 비호세력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청와대와 정부와 여당은 시작할 때 그 마음과 열정과 계획은 현실의 벽과 한계에 부딪치고, 그 결과로 복지부동과 직무유기를 생산하며 궤도를 이탈한 열차와 같은 신세가 돼 버린 것이다. 또 진보라는 아젠다는 실종되고 자기 방어와 변명과 굴욕적 위기모면에만 몰두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와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임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벌써부터 내부고발자들의 출현, 지지자 내지 지지 세력들의 이탈과 저항은 문재인 정권의 한계와 추락을 암시하고 앞당기는 듯한 인상을 짙게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더군다나 대외적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답답함을 안겨주는 것은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생사가 달린 민생을 담보로 오직 통일과 평화에만 집착한 국정운영은 믿고 지지한 세력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의 근본을 흔들며 궤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심대한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우리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통일도 평화도 민생해결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으며, 통일·평화도 이념을 넘어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얻었으리라. 

특히 통일과 평화만큼은 어느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으니 어쩌면 자기 욕심이며 성취욕이며 교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는 어느 특정인의 지혜로 만들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평화는 하늘이 주는 선물이라는 진리를 거역하고 있는 것이라면, 백성이 곧 하늘이니, 백성의 뜻 곧 국민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새아침 다시 한번 밝히는 바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답답한 외교관계는 국민들을 더욱더 힘들게 하고 있다. 자신의 기분과 감정으로 외교문제를 접근해선 안되며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광해의 실리외교(등거리외교)가 주목받는 이유다. 유사 이래 요즘처럼 안개에 갇힌 외교적 분위기는 있은 적이 없다.

아무튼 통치자의 역량의 한계를 보는 듯하니, 믿고 따르는 국민들이 몹시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새아침에 희망을 갖는 것은 천지만물이 어둠을 뚫고 나와 생명의 기운을 보게 된다는 기해년의 운세 즉, 새 기운을 엿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역리 운세 중 획기적인 내용은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이 있었기에 “수많은 의인의 출현”이 새해에 약속돼 있다는 사실이다.

드디어 기해년 땅 끝 동방(東方)의 새아침이 밝아와 이젠 더 이상 어둠의 땅이 아닌 기회의 땅, 희망의 땅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 모두 어둠을 이긴 동방의 주역이 되어 한반도를 넘어 인류의 표상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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