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도발로 전쟁의 무서움을 느끼게 했던 ‘접경지역’ 연평도에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전면중지로 평화가 깃든 가운데 신년을 맞는 연평도 주민들을 만났다. 이들은 포격 당시 아픔을 또렷하게 기억하면서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의 포격도발로 전쟁의 무서움을 느끼게 했던 ‘접경지역’ 연평도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전면중지로 새롭게 신년을 맞는 가운데 한적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북한의 포격도발로 전쟁의 무서움을 느끼게 했던 ‘접경지역’ 연평도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전면중지로 새롭게 신년을 맞는 가운데 한적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연평도 포격 도발의 아픔’ 기억하는 주민들

“판문점선언, ‘피난생활의 종결’ 의미하기도”

“남북관계 더 개선돼 자유롭게 바다 다니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연평도’ 서해5도의 섬에 2019년 새해 아침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평화롭길 원하고, 연평도 주민들이 두 번 다시 피난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2시간 넘게 이동해 도착한 연평도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어획기가 끝난 가운데 마을길 한쪽에선 길게 늘어선 그물망을 손질하는 어민을 볼 수 있었다. 연평도 당섬선착장에서 마을 방향으로 놓여있는 다리로 가는 길목에는 연평해전 전승비가 세워져 있었다. 지금의 평화가 있기까지 험난한 과거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매년 반복되는 해돋이지만 올해는 울림이 다릅니다. 4.27남북정상회담에서 이끌어낸 판문점 선언은 연평도 주민들에게 ‘피난생활의 종결’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포성은 삶의 터전을 두고 피난을 가야했던 포격의 충격이 주민들의 가슴에 남아있기에 다시는 피난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연평도 섬 주민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기도 합니다.”

연평면사무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연평안보수련원의 운영지원담당인 서은미 팀장은 “포격 당시 연평도에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었기에 ‘피난민’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평안보수련원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평화안보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평해병부대와 연계한 피폭지 중심의 현장체험을 통해 연평도 주민들의 평화에 대한 바람과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을 교육에 참여하는 사회 각계각층에 전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20여년간 살아온 주민이자 수련원의 운영지원담당으로서 서 팀장은 유달리 새해 평화안보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컸다. 그는 지난해 판문점 선언에 대해 “북쪽 개머리 해안포가 열릴 때마다, 연평해병부대에서 사격훈련의 포성이 들릴 때마다, 언론매체들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긴장감을 보도할 때마다 마음을 졸이며 지내야 했던 지난 시간들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해 해상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남북이 하나였던 그 시절 ‘조기파시’의 꿈을 연평도 주민들은 새해에 소망해 본다”고 덧붙여 말했다. 연평도는 조선 16대 인조대왕 14년(1636년) 임경업 장군이 조기를 처음으로 발견한 후로 1968년까지 황금의 조기파시 어장을 이뤘다. 현재는 더 이상 조기가 잡히지 않고 있지만 마을에 조기 박물관을 세울 정도로 연평도 주민들은 당시를 그리워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연평도는 조선 16대 인조대왕 14년(1636년) 임경업 장군이 조기를 처음으로 발견한 후로 1968년까지 황금의 조기파시 어장을 이뤘다. 현재는 더 이상 조기가 잡히지 않고 있지만 마을에 조기 박물관을 세울 정도로 연평도 주민들은 당시를 그리워하고 있다. 사진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연평도 조기 박물관의 모습. ⓒ천지일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연평도는 조선 16대 인조대왕 14년(1636년) 임경업 장군이 조기를 처음으로 발견한 후로 1968년까지 황금의 조기파시 어장을 이뤘다. 현재는 더 이상 조기가 잡히지 않고 있지만 마을에 조기 박물관을 세울 정도로 연평도 주민들은 당시를 그리워하고 있다. 사진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연평도 조기 박물관의 모습. ⓒ천지일보

◆자유롭고 평범한 고기잡이가 ‘꿈’

연평안보수련원이 위치한 마을의 이장인 최경일씨는 새해 소망에 대해 “연평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며 “안보는 기본이고, 인천에 가거나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나갈 때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평도에서 인천항까지의 직선항로가 북쪽에 가깝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고 있어 인천항으로 가려면 우회해서 가야 한다”며 “직선항로로 가게 되면 (인천항까지) 1시간 20여분 걸릴 텐데 지금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선항로가 열리면 시간만 단축될 뿐 아니라 뱃삯도 낮아진다. 육지에서 연평도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접경지역이라서 일몰에도 출항이 금지되고 있다”며 “하루빨리 남북 관계가 더 개선돼서 제재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이 연평도 주민이나 어민이나 모두의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새해에 평화와 함께 장사가 잘 되길 바라고 또 몸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은 육지에 있는 사람들이나 연평도 주민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연평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이영선(가명, 여)씨는 “연평도에는 어업만 아니라 식당이나 민박, 가게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연평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연평도의 경기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종합운동장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춘재씨는 “재작년까지 몸이 아파서 병원생활을 오래했다”며 “어민과 군인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저 몸 건강히 무탈하게 한 해를 잘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근무하는 경찰들도 평화와 더불어 연평도의 발전과 안전을 염원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연평파출소 소장인 김효중 경위는 새해 소망에 대해 “2019년 기해년을 맞아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바란다”며 “연평해역에 풍어가 깃들길 바라며, 해난사고와 같은 불행한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김 경위를 비롯한 연평파출소 대원들은 모두 지난해에 연평도에 들어왔다. 한 대원은 “들어오고 나서 초창기 때 조업을 하던 어부가 부상을 당하는 등 안전사고가 몇 건 있었다”면서 “어부들도, 대원들도 안전하게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외부적으로는 관광객들이 (연평도를) 더 많이 찾아와서 연평주민들이 더 잘 살게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평화와 관련해선 “평화가 더 가까워지고 어민들이 보다 자유롭게 어업을 할 수 있도록 제재도 점차 풀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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