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19 기해년(己亥年)의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손인사를 하며 새해를 맞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19 기해년(己亥年)의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손인사를 하며 새해를 맞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
 

가족·연인·친구 함께 참석

10만명 운집해 카운트다운

“국민들 모두 잘 살았으면!”

“새해엔 취업도 잘 됐으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33번의 종소리와 함께 희망을 가득 품은 ‘황금 돼지의 해’가 열렸다.

2019년 1월 1일 새해를 맞은 자정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재야의 종’ 타종 행사가 진행됐다. 1일 0시 직전 신년을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전국 도시 곳곳에서 몰려온 시민들은 “10, 9, 8, 7, 6, 5, 4, 3, 2, 1, 와!”라며 목청을 높여 숫자를 외쳤고, 제야의 종소리가 퍼져 나가자 환호성을 냈다. 또한 시민들은 들뜬 표정으로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들어 신년 맞이 순간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화려하게 열리며 희망차게 시작한 지난 2018년. 올림픽의 평화무드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그 어느 때 보다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가득했던 무술년이었다. 하지만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과 ‘사법농단 수사’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었다. 이 모든 시간을 뒤로 하고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도래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주변엔 전날 오후 9시부터 두꺼운 점퍼나 목도리를 두른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현장엔 경찰들과 소방관들이 출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후 11시 30분부터 본격 행사의 시작을 알렸고, 시민들의 눈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2019 기해년(己亥年)의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타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2019 기해년(己亥年)의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타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1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10만명에 달했다.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타종식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난 한 해의 아쉬움과 새해 소망을 말했다.

지난주 새로 일자리를 구한 최은지(26, 여, 서울 영등포)씨는 “사장님들이 시급을 이유로 알바도 잘 채용을 안 한다. 비록 계약직이지만 일을 구해서 다행”이라며 “2018년에 일을 조금이라도 일찍 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새해엔 외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해외에도 나가보고 싶다”며 “친구가 좋고 집이 좋아 게으르고 해이해졌던 걸 다잡아야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김은혜(28, 여)씨는 “서울에 올라와 다양한 체험한 것은 좋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며 “음악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인데, 새해엔 좀 더 열심히 계획해 실천해야겠다”고 밝혔다.

가족이 함께 온 이원정(37, 여,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씨는 보신각에서 매년 새해 카운트다운을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개인적으로 경제 문제가 참 힘들었다. 남편이 직장인인데 주식에 영향을 좀 많이 받았다”면서도 “돈은 있다가도 없기도 하지만 건강은 한 순간이다. 지난 한 해 이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지낸 것은 큰 기쁨”이라고 밝게 웃었다.

박상배(26, 남, 서울 종로구)씨와 김소현(28, 여, 관악구)씨는 대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보신각을 찾았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씨는 “나를 포함해 친구들 모두 취업이 잘 안 되서 힘들었다”며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새해가 황금돼지해인데 모든 국민들이 잘 살게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2년째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는 김씨는 “새해에는 좋은 직장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체험형 인턴을 하반기에 했는데, 개인적으론 좋은 경험이었지만 전체적으론 단순히 고용지표 늘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정부에서 취준생 입장에서 정책을 좀 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19 기해년(己亥年)의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타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19 기해년(己亥年)의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타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

이번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장·서울시교육감·서울경찰청장·종로구청장 등 매년 참여하는 5인을 비롯해 시민대표 11명도 함께했다.

시민대표 참여자는 한완상(82)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 독립유공자 고(故) 김규식 선생의 손녀 김수옥(75)씨, 독립유공자 고 김사범 선생과 고 김산 선생의 후손 김삼열(74)씨,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 해결과 권리증진에 힘쓰고 있는 인권변호사 김예원(36)씨가 선정됐다.

또 35년간 서울 지하철 2호선 100만㎞ 무사고 운행을 달성한 전기욱(59)씨,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시 석해균 선장을 수술하고 2017년 판문점 북한군 귀순 병사 총격에 따른 수술 등을 진행한 이국종(49)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 교수, 반세기간 독도를 지킨 독도지킴이 고 김성도씨 부인 김신열(81)씨도 타종자로 나섰다.

아울러 디지털 성범죄 근절 활동에 앞장서는 등 올해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영국 BBC 선정 ‘100인의 여성’ 중 한 명으로 뽑힌 하예나(21, 본명 박수연) 디지털성폭력아웃(DSO) 대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낸 신의현(38) 선수, ‘빙속 여제’ 이상화(29) 선수도 함께했다.

한편 서울시는 늦은 시각 귀가하는 시민들을 위해 시내 버스 막차시간과 지하철 운행을 종착역 기준 1일 오전 2시까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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