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이력을 가진 서울시의원 인터뷰 ② 문상모 의원 
 ‘의원님’ 늦깎이 대학생 되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부부가 시의원ㆍ구의원 선거에 나란히 출마 ‘화제’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학점 관리요? 저희 학교는 4번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받기 때문에 매일 학교를 가고 있습니다. 저녁을 못 먹고 학교 가기가 일쑤지요”

‘무결석’을 학점 관리의 제1원칙으로 정한 문상모 서울시 의원(사진)은 시의원인 동시에 늦깎이 대학생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 의원은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구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게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이런 의심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평일에는 의회 일을 끝내고 바로 학교에 가야된다. 때문에 밤 9시가 넘어서야 의정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2시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 시간에 어쩔 수 없이 과제를 할 때도 있단다. “대단하다”는 칭찬에 그는 “뒤 늦게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이렇게 하더라”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배움에 대한 열정, 대학 문을 두드리다
문 의원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 후 돈을 벌기 위해 1년 동안 배를 탔단다. 그는 “20대 때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회고했다.

문 의원은 배우지 못한 꿈을 접지 않고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다시 공부를 했다. 삶의 굴곡이 오히려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는 “나 스스로 약한 표현은 아예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일까. 문 의원에게선 여유로움 진득이 묻어나왔다. “돈이 부족하면 쓰지 않으면 되고 하루에 밥을 두 끼만 먹어도 맛있게만 먹으면 된다”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여전히 배고픈 듯했다.

그는 “앞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기회가 허락된다면 박사 학위까지 받고 싶다”면서 “교육이라는 것이 평생교육이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늦깎이 대학생 문 의원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이색 후보’ 순위에 올랐던 것. 동갑내기 아내인 박정옥 씨와 함께 각각 시의원과 구의원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아내와 함께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올해 공직선거법이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광역・기초의원 정수의 과반 후보를 내는 경우 한 명 이상을 여성으로 의무 공천하도록 개정되면서 지역의장의 요청으로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후 사정이 생겨 아내는 출마를 도중에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 “마음의 장애는 내게 있더라”
문 의원은 현재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문화정책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처음 이 곳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그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당시 이 협회에서 제기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협회를 찾아 갔단다. 처음엔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협회 회원들과 말을 나누면서 장애인과의 벽은 금방 허물어졌단다.

“오히려 ‘내가 마음에 장애를 가지고 있구나’ 싶더군요.”

회원들은 자신들을 빗대어 “여기 이 사람은 팔이 없고 저 사람은 다리가 없다”면서 태연하게 문 의원에게 농을 놓았다. 비장애인인 문 의원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분위기를 띄우려고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던 것. 그들의 깊은 배려를 느낀 문 의원은 ‘이 곳을 위해 내가 할 일이 없을까’하고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전했다.

그 이후 문 의원은 1년 반 정도 공부를 하게 되면서 한 가지 큰 문제점을 깨달았다. 문 의원에 따르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법이 실행되는 정책으로 내려 갈수록 법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고 있다.

문 의원은 일례로 장애인 연금을 받아야 하는 가족이 있는데 부부 중 한 명이 취업을 하면 부부 모두 장애인 연금을 받을 수 없도록 법령이 규정돼 있어 장애인 가족의 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점을 지적했다.

문 의원은 또한 “국가대표 선수 사이에서 일반 선수들과 장애인 선수들이 받는 대우가 판이하게 다르다”면서 “이들 모두 다 같은 국가 대표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정책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 리어카 노인 일화에서 배운 정치
문 의원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은사가 한 명 있다. 하루는 문 의원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왜 정치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명확하게 답할 것이 없다”며 그 은사에게 조언을 구했단다.

그 질문에 은사는 조용히 답했다.

“아들아, 노인 한 명이 리어카를 끌고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으냐. 그리고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돌아온 물음에 문 의원은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졌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워서 어떻게 도와줄까하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답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하면 된다.”

문 의원은 이 때 참다운 정치를 깨달았단다.

현재 그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해외문화재찾기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4년간의 의정활동에서 이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제가 문화나 외교적인 부분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젊은 시절부터 사회생활과 중앙당에서 행정을 맡아 일하다 보니 일의 해결 방향이나 방법・전략 등은 다른 사람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조선왕실의궤 환수와 관련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을 한 번 방문해 현장을 직접보고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한다”며 “우리 입장을 확실하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는 “입시교육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부모의 살림살이에 따라 아이들의 지위가 바뀌는 게 요즘 우리사회의 현실”이라며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또 “‘공부 공부’ 하다 보니 심지어는 학무보인 어머니가 낮에 몸을 팔아 아이들 학비를 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더불어 “주입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다 보면 지식을 암기하는 수준에 머물러 종국엔 아이들이 종합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변하는 삶
“안주하면 곧 죽음이요, 시련 없는 성공은 없다.”

문 의원의 좌우명이다. 그는 “나 스스로 변하지 않고 상대방이나 세상이 바뀌기를 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히며 큰 형의 조언을 떠올렸다.

“큰 형님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지 말고 준비하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때는 그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죠. 이제야 그 말의 뜻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준비하는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하겠습니다.”

※ 경력 및 학력
전) 열린우리당 제2기 사무노동조합위원장
현) 독도수호국제연대 정책자문위원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문화정책연구소장
민주당 중앙당 교육연수위원회 부위원장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2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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