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에서 방영 예정 중인 원수연 작가의 <매리는 외박중>.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이며, 주로 20~30대 여성 독자층으로 구성됐다. 위의 만화 컷은 위매리와 강무결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제공: 애니북스)

어려워진 만화출판계, 웹툰을 발판으로 신진 발굴 및 인식 개선한다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예고편만으로도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여성들의 마음을 사뭇 설레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매리는 외박중>이다. 아직 공중파를 타고 있지 않지만 벌써부터 팬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만화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웹툰으로 연재되는 동시에 만화책으로도 발간되고 있어 많은 애독자가 있다.

만화의 변신은 카멜레온같이 무궁무진하다. 이미 6년 전 <풀하우스(원수연 作)>를 시작으로 <궁(박소희 作)> <식객(허영만 作)> 등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로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궁>은 한발 더 나아가 아이돌 유노윤호를 앞세워 뮤지컬계까지 진출해 만화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문화콘텐츠의 원작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다른 문화콘텐츠보다 창작비용이 적게 들고 많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화의 특성이 충분히 활용된 셈이다. 다시 말해, 만화가 이야기와 이미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영화 공연물 캐릭터상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1983년 김수정 원작의 <오달자의 봄>이 처음이었다. 이후 2004년 방학기의 <바람의 파이터>는 양동근이 주인공으로 영화에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로 인해 만화가 영화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허영만의 <타짜> <식객>, 강풀의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등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됐다.

사실 출판만화가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될 수 있었던 것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출판만화계의 노력에서 시작된다. 1990년대 이후 출판만화시장에 불황이 지속되면서 만화계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이다.

▲ (자료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여점·출판계 불황, 출판만화시장 축소

출판만화시장의 불황은 ‘어려워진 출판계’와 지금은 찾아볼 수 없으나 만화계에 큰 타격을 입힌 ‘대여점 입점’으로 분석된다.

(사)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발행된 신간만화 종수와 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9.0%, 3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수는 5482종에서 3893종으로 부수는 1212만 5573부에서 765만 8903부로 줄었다.

먼저 만화 종류가 적어진 데에는 기존 만화발행 전문출판사의 폐업과 종합출판사의 만화 발행 억제가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전자책을 이용하는 만화독자가 증가하면서 출판만화를 찍어내는 횟수(부수)가 줄었다.

대여점이 나오기 전인 19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출판만화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1988~1995년까지 발행된 ‘아이큐 점프’의 경우, 한 때 50만 부까지 판매돼 만화계에서 전설로 남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여점 때문에 출판만화시장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급기야 2000년대 초반에는 “대여점 때문에 만화계가 죽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다.

▲ 박소희 작가가 창작한 <궁>은 드라마와 뮤지컬로 재생산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공: 서울문화사)
◆“웹툰을 이용하세요”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출판만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방법 및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예로 조석의 <마음의 소리>, 서나래의 <낢이사는이야기>, 김규삼의 <입시명문 사립정글고등학교>와 같은 웹툰을 꼽을 수 있다. 웹툰은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는 만화 형식으로 독자들이 무료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독자층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웹툰은 어려운 출판만화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간되는 웹툰 종수는 일본보다도 월등히 많아 눈길을 끈다. 한국이 90.30%로, 일본 9.20%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다양한 웹툰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일반 만화가가 웹툰으로 연재하기도 하지만 작가 지망생들은 웹툰을 통해 정식으로 작가가 될 수 있는 등단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또한 팬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들은 웹툰을 통해 단행본을 엮어 출판, 캐릭터상품화하기도 한다.

<안녕?! 자두야>를 10여 년 간 연재 해오고 있는 이빈 작가는 “기회가 닿는다면 웹툰 연재를 하고 싶다. 독자들의 피드백을 바로 들을 수 있어 좋다”며 “출판시장이 다시 살아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온라인을 적극 활용한 생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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