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경북 김천시에 있는 황금시장. ⓒ천지일보 2018.12.31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경북 김천시에 있는 황금시장. ⓒ천지일보 2018.12.31

경기 얼어 “올해 가장 힘들어”
공약·정책 지원 제대로 안 돼
전통시장 직접 도울 정책 無 
“새해 상인 고충 해결해 달라”

[천지일보 대구·경북=송해인, 원민음 기자] “날씨도 추운데 경기도 얼어붙었어. 평화시장에서 오랫동안 순댓집을 했는데 올해가 제일 힘든 것 같아. 해준다고 한 공약도 정책도 지원도 진짜 제대로 이행해서 상인들이 허리 좀 펴고 살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 

새해를 앞둔 지난 28일 경북 김천 평화시장에서 순대 가게를 운영하는 김한규(55, 남, 김천시 대곡동)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예산 가지고 단순히 행사만 할 것이 아니라 낡은 건물들 보수공사도 해주고 전통시장에 직접 도움이 되도록 주차공간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 “시행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이 상인들 못 살게 하려는 건 아니지 않냐”며 “새해에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고충을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김천은 지난 18일 ‘전통시장 활성화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상인들 대부분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상인들은 “직접적으로 활성화가 된 곳은 없다”는 평을 내렸다.

시장의 거리를 걸어보니 상인들은 두꺼운 패딩이나 점퍼를 입고 시장에서 상품을 팔기 위해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물건을 사러 온 시민은 많지 않았다.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새해를 앞두고 경북 김천시에 있는 평화시장의 한 상인이 순대를 팔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새해를 앞두고 경북 김천시에 있는 평화시장의 한 상인이 순대를 팔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김천시의 다른 시장인 황금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황금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정미순(가명, 55, 여, 김천시 지례면)씨는 “활성화 평가가 좋게 나온 것은 좋은 일”이라며 칭찬했다. 그러나 “시장 상인과 시민이 실제로 활성화된 것을 느껴야 제대로 된 최우수상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손님이 없어 가게에 앉아있던 이영화(60, 남, 김천시 황금동)씨는 “내가 15년 이상 가게를 이어왔는데 작년보다 경기가 안 좋아져서 걱정이야. 초심을 지켜서 운영했으면 발전이 잘 됐겠지만, 지금은 많이 수그러졌어”라며 한해를 돌아봤다. 이어 “새해에는 힘든 상인들에게 관심과 투자를 해달라”며 “금방 좋아질 것처럼 말만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나아지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한 상인이 대구 서문시장에서 오돌뼈주먹밥을 팔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한 상인이 대구 서문시장에서 오돌뼈주먹밥을 팔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31

인근 대구광역시는 어떨까. 대구 서문시장에서 오돌뼈주먹밥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훈(51, 남)씨는 “경기가 안 좋아 돈을 많이 못 벌어서 가장 아쉽다”며 “전통시장을 살리는 행사와 약속했던 국민을 위한 정책을 꼭 실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서문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박채화(가명, 40, 여)씨는 “서민들이 잘사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며 “지금 경제가 너무 어렵다. 와서 짜증 내는 사람 없게 상인과 손님 모두에게 행복한 새해가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상인들은 계속해서 경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위축된 소비심리와 대형마트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인 한 사람은 “지난해부터 경기가 안 좋았는데 올해 역시 소비심리가 크게 줄어 구경만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실제 기자가 시장을 둘러보니 간판은 있지만, 셔터가 닫혀있는 가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또 다른 상인도 “손님들이 난방이 잘되는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려 장사가 잘 안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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