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이 길게 줄을 서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DB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이 길게 줄을 서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DB

1. 기록만 화려했던 ‘거품성장’

올 한해 유통업계에서는 ‘최초’ ‘기록경신’ 등 다양한 수식어가 쏟아졌지만 소리만 요란했다. 월별 매출 기록을 수차례 경신한 면세점 업계는 연간 매출도 사상 최대다. 1~9월 매출(14조 5643억원)이 이미 역대 최고치 2017년 매출(14조 4684억원)을 넘어섰다. 11~12월까지 더해지면 19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는 매출 신기록이 반갑지만은 않다. 매출 견인 1등 공신인 보따리상(따이공)에게 수수료를 돌려주느라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따이공들이 구매한 상품을 국내에 유통시키면서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도 외형은 성장했다. 그러나 명품과 VIP 위주로만 성장해 소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올해 1~10월 명품 매출은 롯데백화점 19.8%, 신세계백화점 19.7%, 현대백화점 14.6% 등 모두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객수는 줄었다. 대형마트 빅3는 매출조차 좋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 결과 올해 1~10월 중 빅3 매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달은 3번에 불과했다.

온라인도 성장했지만 역시 성장폭은 둔화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90조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5%나 늘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신기록을 쏟아낸 11월과 12월 실적까지 더하면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 편리함의 역습… 플라스틱과의 전쟁

지난 10월 16일 스타벅스 더 종로점 앞에서 열린 ‘1회용컵 전용 수거함 설치’ 기념식 모습. (제공: 스타벅스)
지난 10월 16일 스타벅스 더 종로점 앞에서 열린 ‘1회용컵 전용 수거함 설치’ 기념식 모습. (제공: 스타벅스)

미세먼지로 환경오염에 대한 공포가 커져갈 무렵 4월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게 화근이었다. 이 조치로 국내 재활용업체들이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등을 수출할 수 없게 되자 수거를 거부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 재활용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두루미 등 일회용품 쓰레기로 오염된 사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환경오염의 문제가 더 대두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유통업계가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유통·소비 단계에서는 1회 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사용량을 35% 저감하고 과대 포장을 억제하기로 했다. 또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하는 속비닐은 50% 이상 줄이기로 했고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유통가에서도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소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도입했고 편의점업계는 해마다 1억개가 넘게 팔리는 도시락 용기를 플라스틱 대신 바이오소재 등을 섞어 플라스틱 비중을 줄여가기로 했다.

3. 끊이지 않는 유통가 오너리스크

2018년 한해 악재가 끊이질 않았던 제너시스 BBQ 윤홍근 회장.
2018년 한해 악재가 끊이질 않았던 제너시스 BBQ 윤홍근 회장.

올해도 유통가는 ‘오너 리스크’로 얼룩졌다. 마약 복용으로 이미 논란이 됐었던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대표가 이번에는 네네치킨에 회사를 조용히 매각하고 잠적하면서 ‘먹튀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월에는 교촌치킨 권인강 회장의 6촌인 A 상무의 직원 폭행 영상이 공개되면서 갑질논란이 일었다. 결국 권원강 회장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A 상무를 퇴사 처리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미스터피자의 지주사 MP그룹은 코스닥 시장 퇴출 위기 맞게 됐다. 창업주 정우연 전 MP그룹 회장이 갑질,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자 한국거래소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통해 지난달 거래 중지를 선언한 것. 코스닥시장위운회가 경영개선 기간 4개월을 부여하면서 상장폐지는 잠시 보류됐다. 탐앤탐스 김도균 대표는 구속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현재 50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본죽으로 유명한 본아이에프 김철호 대표 부부와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는 원앤원 박천히 대표는 상표권을 개인의 명의로 등록해 거액의 로열티를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제너시스 BBQ는 윤홍근 회장 때문에 결국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받게 됐다. 지난달 자녀 유학비를 위해 회삿돈 20억원가량을 횡령한 정황이 보도되면서 12월 본사가 압수수색을 받았고 윤홍근 회장은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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