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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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통령 취임 후 올해까지 문재인 정권의 두드러진 특징은 ‘인권’이었다. 장애인‧여성‧청소년‧한부모가족‧군‧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인권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국민들도 호응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인권정책에도 사각지대는 있었다. 바로 ‘종교 인권’이다. 종교의 홍수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다양한 종교가 혼재한 대한민국에서 종교지형은 교세와 관계 없이 기득권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기득권이 배척하는 종교를 믿는 신앙인들이 받는 차별은 상상을 초월한다. 천지일보는 올해 종교인권의 현 주소를 짚어봤다.

기득권, 소수종교 차별 상상초월
“강제개종 피해, 1000여건”

 

올해도 ‘강제개종교육’ 기승
종교차별로 국민 죽음에 침묵

 

인권침해 행위에 눈감은 文
기득권, 소수종교 단체 배척
끊이지 않는 종교인권 탄압
“공생할 수 있는 정책 필요”

[천지일보=이지솔‧김성완 기자] #1. 2018년 1월 9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강제로 개종을 강요받던 구지인씨가 향년 27세의 나이로 숨졌다. 구씨는 개종 목사의 사주를 받은 가족에 의해 화순 펜션에 납치·감금됐다. 구씨는 가족과 종교 다툼 중 펜션을 빠져나가려다 변을 당했다. 사인은 저산소성뇌손상으로 인한 심정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에서 뇌 손상으로, 심장이 정지되면서 사망했다. (신천지예수교회 사례)

#2. 도쿄에서 간호사였던 키요미씨가 한국으로 시집을 온 뒤 친정을 방문했지만 가족에 의해 70일 동안 감금을 당했다. 자물쇠를 2~3중으로 잠근 현관문은 체인까지 감아 탈출을 막았고, 창문은 나무로 막아 봉쇄했다. 70일 동안 키요미씨는 매일 개종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겠다는 목사의 협박으로 결국 두 번이나 정신병원 신경과에 강제로 끌려갔다. (통일교 사례, 2010년 SBS 뉴스추적 보도)

#3. A씨는 처인 B씨가 하나님의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이단연구가인 C씨가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D교회에 강제로 데리고 가 개종교육을 받도록 했으며, 85일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당시 C목사는 불법 강제개종교육으로 자그마치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하나님의 교회 사례, 2008년 대법원 판결)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은 종교의 자유를, 2항에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소수 종교를 택한 국민의 인권은 기득권의 거짓말과 탄압으로 인해 짓밟히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기성종교는 항상 자신들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표에 약한 정치를 악용했다.

많은 사람이 편안한 기성종교를 버리고 핍박받는 신종교를 택할 때는 신앙의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런 이들의 선택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는 특정인에게 종교를 강요하고 개인의 종교적 양심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권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묵살되는 ‘종교 인권’ 강제개종 기승

올해 초 새해 벽두부터 강제로 개종교육을 강요받던 구지인씨가 친부모와 언니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이 끔찍한 살인 동기는 바로 종교문제였다.

2007년 10월에도 개종교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 남편이 내리친 둔기에 맞아 뇌함몰로 고(故) 김선화씨가 생명을 잃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 이만희) 성도의 사망사건은 벌써 두 번째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에 따르면 강제개종교육으로 인한 피해자는 전국에 1000여명을 넘어섰다. 2004년 첫 강제개종 피해 사례를 시작으로 2016년 179건, 2017년 170건이 전국에서 발발해 피해는 증가 추세에 있다. 기득권 세력의 소수종교 단체에 대한 배척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에서 신종교 또는 소수종단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 왜곡에 기인하는 배타적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면서 “특히 개신교계는 신종교를 ‘정통’과 ‘이단’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개신교 계통의 신종교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웠다”고 해석했다. 덧붙여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해방 이후 개신교계가 한국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동국대학교 상록관에서 열린 종교정책 간담회에서 한국종교사회학회장 송재룡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소수 종단을 비롯해 다양한 종교가 있는 다종교사회”라면서 “우리는 소수 종단과 신종교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정책이 필

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종교학회 김재영 회장도 송 교수의 논평에 동감하면서 “주류 종교와 신종교 중 특정 종교 중심으로만 종교계의 화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보다는 조금 더 개방적이고 시민적인 차원에서 연계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사건에도 꿈쩍 않는 정치권

해방이후 종교는 양적 성장과 더불어 일정 부분은 시민 사회에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이들 성장의 이면에는 늘 정치권력이 함께 한다. 다시 말해 종교를 명분삼은 정치단체라 할 만큼 정권과의 유착이 강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 전면으로 등장한 이후, 즉 기득권 세력을 형성한 이후로는 막강한 종교권력을 행사해왔다. 기득권 세력의 입맛대로 종교지형이 좌지우지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득권이 배척하는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정도다. 주류인 개신교단이나 가톨릭 교단에선 소수종단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종교화합을 내세우지만 이면엔 배척과 차별이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기득권 세력의 표에 기댄 정치권도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여야 대표와 정부 부처 수장 등이 해마다 종교계를 예방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이렇게 수십년 밀월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양측이 눈을 감고 귀를 닫은 건 당연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강피연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여성이 단지 기성교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종할 것을 강요받고 그 과정에서 납치, 감금, 폭행 등으로 인해 숨졌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올해 초 구씨의 죽음 이후, 수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이를 규탄하고 정부의 대책을 호소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교분리’라는 핑계로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 후 올해까지 문재인 정권의 두드러진 특징은 ‘인권’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권유린으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종교문제란 이유로 강제개종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강피연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종교 관

련 담당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사법당국에 책임을 미뤘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인권 내세운 정부 ‘강제개종’에 침묵

올해 1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새해에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국민의 뜻과 요구를 나침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는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약자 편에 서겠다고 한 약속을 져버렸다.

일례로 강피연이 지난 1월 구씨 사망이후 ‘불법적인 강제개종 목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강제개종처벌법을 제정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억울한 심정을 청와대 게시판에 실었다. 청원은 게시한 지 5일 만에 참여인원 14만여명의 국민이 동의했지만, 정부의 공식 답변을 앞둔 22일 오전 이유 없이 청원 페이지가 사라졌다. 정부는 14만명이 넘는 국민 청원마저 묵살한 채 입을 ‘꾹’닫았으며, 종교차별로 고통 받고 절규하던 국민의 죽음에 침묵한 것이다.

오늘날 종교차별 행위는 국민들 간에 갈등과 비극을 불러오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종교차별은 종교적 신념과 권력이 결탁한 거대한 폭력이 됐다.

한국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둔감했으나 국민들의 전반적인 권리의식이 신장되면서 종교차별에 대한 감수성 역시 민감해 졌다. 깅피연은 종교차별을 없애 달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 국민의 당당한 권리이자 주권자의 당연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종교차별을 없애고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주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실천하는 것이라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새로운 종교지형… 증가하는 개신교인 실체는?

2015년 통계청 종교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교지형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종교인은 전체 56.1%로 종교인구보다 많고 개신교가 불교를 추월해 1위의 종교가 됐다. 종교 인구는 2155만 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300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그 감소분은 불교의 종교 인구 감소분과 대체로 일치한다. 개신교는 967만 6000명으로 125만명이 증가했으며 불교는 761만 9000명으로 296만 9000이 감소했고 천주교는 389만명으로 112만 5000명이 감소했다. 당시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이 통계에 대해 ‘이단’ ‘가나안 성도’의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개신교인은 줄었는데 이들이 늘어서 개신교인의 숫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그 예로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을 들었다. 이와 달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는 개신교는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대형교회 중심으로 종교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종교지형은 교세와 상관없이 기득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게 문제다. 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기득권 기성종교와 정교유착으로 하나가 돼 ‘종교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종단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헌법을 기준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국민에게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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