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과의 통합결렬 후 본격적인 개별 활동에 돌입했고, 지난 13일 ‘3.1운동100주년위원회’의 본격가동을 알렸다. (출처: 한국교회총연합) ⓒ천지일보 2018.12.31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한국기독교연합과의 통합결렬 후 본격적인 개별 활동에 돌입했고, 지난 13일 ‘3.1운동100주년위원회’의 본격가동을 알렸다. 한교총 관계자들이 삼일독립선언유적지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국교회총연합) ⓒ천지일보 2018.12.31

한국교회, 3.1절 기점 부흥 꿈꿔

기념예배 등 단발 사업만 줄줄이

부패 청산하려는 움직임은 없어

기미독립선언서 의미는 어디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고무돼 있다. 유난히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소식이 많았던 2018년을 마감하며, 2019년에는 3.1운동 100주년을 계기 삼아 다시 한번 부흥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다양한 기념사업 속에서 한국교회의 부패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선조들의 행적을 통해 오히려 현 한국교회의 부패를 덮어보자는 의도가 더 강하게 읽힌다.

이에 정부의 3.1운동 100주년 관련 정책에도 관심이 크다. 정부가 지난 7월 대통령 직속으로 3.1운동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출범한 후 이와 발맞추기 위해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 정부는 기념행사, 문화콘텐츠, 3.1운동 가치의 세계적 확산 등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분위기를 타고 한국교회 행사가 정부가 추진하는 행사들과 비슷한 범위 내에서 추진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는 단체는 한국교회 대형교단장들을 주축으로 창립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다. 한교총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과의 통합이 결렬되면서 이달 6일 제2회 정기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개별 활동에 돌입했다. 이후 13일 ‘3.1운동100주년위원회’의 본격가동을 알렸다.

한교총은 내년 100주년 기념사업 계획안을 공개발표하고, 회원교단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한교총은 8개 교파 29개 회원교단이 가입돼 있으며 교회만도 전국 5만 4000여교회가 된다. 역사성은 없지만 교세로는 한국교회 교단연합기구 중 가장 크다.

한교총은 우선 3.1절 당일 종교계를 비롯해 시민사회 등 각계 단체와 ‘3.1운동 100주년 범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 범위를 범국민 수준으로 끌어올려 개신교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교총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대회 개최가 여의치 않을시 한국교회를 아우르는 연합성회로 선회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3.1절 직전주일인 내년 2월 24일에는 한교총 회원 교단 소속 교회들과 한국교회 공동예배를 진행한다. 공동설교문과 대표기도문, 선언문 등을 작성해 각 교단들에게 공유, 배포할 계획이다.

2월 8일에는 도쿄 YMCA에서 ‘2.8 독립선언 1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4월에는 ‘상해임시정부 100년 임정 청사 방문 기념대회’를 열기 위해 중국 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

기독교학교들도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대광중·고등학교, 영락중·고등학교, 이화여자고등학교 등 주요 기독교학교들과 한국기독교학교연맹,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등은 내년 2월 21일 오전 10시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에서 ‘2019 전국기독교학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교회와 기독교학교가 3.1운동에 기여한 역할을 조명하는 학술연구도 진행 중이며 학생들에게 3.1운동 당시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의 역할을 교육하기 위한 교재도 개발하고 있다.

3.1운동 관련 유적지와 인물들에 대한 전주조사, 학술세미나 등을 전개해 온 감리회, 예장 합동과 통합 등 한국교회 주요교단들도 내년에는 연구조사 발표회를 비롯해, 학술세미나, 유적지 답사, 역사사적지 지정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전개할 예정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가 함께 조직한 ‘한국기독교3.1운동100주년위원회(위원장 윤경로)’도 3.1운동 정신 재조명을 위해 기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올해는 남대문교회에서 3.1운동 99주년 예배를 드렸고, 내년에는 100주년 예배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교회의 화합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3.1운동 100주년의 해를 맞이하는 103회 총회 주제를 ‘영적 부흥으로 민족의 동반자 되게 하소서’로 정했다.

한국교회는 이처럼 다양한 경로를 통해 3.1운동 100주년을 기점으로 내부 결속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에도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분석된다. 벌써부터 개신교계 매체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장통합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는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기독교계의 활동에 비해 대외적으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만세운동의 지도자 33인 중에 절반이 기독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0주년을 기념하는 오늘에 와서는 기독교계가 소외된 듯한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점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현재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업적도 평가절하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 이러한 역사적 인식이 지속된다면 나중에 가서는 ‘3.1운동과 기독교는 무관하다’는 역사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내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이 정부와 종교계로 이원화되면서, ‘3.1운동의 바탕이 된 기독교 정신이 사회에 제대로 전해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각 단체 신년 메시지에서는 3.1운동 100주년을 통해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는 신년 메시지를 통해 1919년 3.1운동 때 발표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북한의 핵 문제, 열강의 자국이익 우선 속에서의 외교문제, 인구 감소에서 더 나아가 인구 절벽의 무서운 현실이 새해에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일”이라며 “한국교회가 수고와 희생을 아끼지 않고 대한민국을 위한 역할을 다해야 하며, 한국장로교회가 시대의 희망과 사회의 등불이 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역사의 소중한 가치를 기념하면서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과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성희 회장은 “3·1정신이 외쳤던 억강부약의 질서는 성서가 말하는 산이 낮아지고 골짜기가 메워지는 하나님의 정의로운 위로와 맞닿아 있다”며 “3·1운동 100주년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새로운 사회 건설의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3·1운동의 신앙을 이어 정의·평화·생명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자”고 발표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우리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표출하는 가운데 종교인 33인이 기미년 독립선언서를 통해 가르친 교훈이 재조명된다.

독립선언서에서 종교인들은 송구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무력의 시대가 가고 도덕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 한 세기 동안 갈고 닦으며 키우고 기른 인도주의 정신이 이제 막 새로운 문명의 밝은 빛을 온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했다”며 부패한 한 시대의 종교를 끝내고 새로운 종교가 출현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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