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스테판 드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와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국의 자국 외교관 추방 사태에 대응해 미국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국과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의해 금지된 미국의 미사일들이 유럽에 배치될 경우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0일(현지시간)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자국 관영 TV 방송 ‘로시야 1’ 채널의 국정 홍보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라브로프는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유럽 동료들은 아직 자주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는 일에서도 미국을 추종하고 있다”면서 “INF 조약 유지 지지 (유엔)결의안 표결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1일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가 제출한 INF 유지 지지 결의안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포함한 서방국들의 반대로 무산된 데 대한 지적이었다. 당시 표결에서 결의안은 찬성 43표, 반대 46표, 기권 78표로 부결됐다.

러시아를 비롯해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가입국인 이란, 시리아, 친(親)러 남미 국가가 찬성표를 던졌으나 미국·EU 회원국·일본·이스라엘·우크라이나 등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는 “우리는 미국의 일방적 INF 탈퇴 결정과 관련한 우려를 어디에서보다 유럽에서 많이 들었지만, EU 회원국 모두는 INF가 폐기되고 유럽에 이 조약으로 금지된 미국의 미사일이 배치되는 위기가 드리우게 하는 데 찬성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행보는 당연히 러시아의 대응조치가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지만 EU 국가들은 자신들의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들이 INF 유지 결의안을 지지해달라는 러시아의 제안에 반대하는 표결을 한 것에 대해 라브로프는 ‘몰지각한 연대감’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고 비난했다.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1000㎞의 단거리와 1000~5500㎞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0월 20일 러시아의 협정 준수 위반을 이유로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달 4일 러시아가 INF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준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60일 안에 조약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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